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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네덜란드도 中 반도체 수출 규제…삼성·SK 복잡해진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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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네덜란드도 中 반도체 수출 규제…삼성·SK 복잡해진 계산법

극자외선 노광장비에 이전세대인 심자외선 장비도 수출제한 포함
중국서 반도체공장 운영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우려감 높아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13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ASML 관계자,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피터 버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13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ASML 관계자,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피터 버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사진=삼성전자
미 정부가 추진 중인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에 일본과 네덜란드가 합류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두 기업은 현재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의 제재안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제재안이 확정돼야 니콘과 ASML 등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대응전략도 가늠할 수 있어서다.
30일 관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는 미 상무부가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합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와 관련한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첨단 기술 공급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상무부 주도로 진행 중이다. 미국 기업의 경우 △18nm(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장비 및 기술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외국 기업 소유의 생산 시설 판매 여부도 개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기술이 사용되는 모든 반도체에 대해 중국 기업은 물론 중국 정부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일본과 네덜란드가 합류하면서 반도체 수출 통제 라인은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첨단 장비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외에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도 수출이 제한될 예정이다.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7nm, 5nm, 3nm 등 최첨단 반도체 칩 생산에 사용되는 장비로, 아직 중국에 수출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과 반도체 설비·기술 수출 통제에 합의하면서 EUV 외에 DUV 장비들의 중국 수출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EUV 이전 세대 격인 DUV는 스마트폰과 PC 등에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설비로 현재 중국 반도체 기업들 중 상당수가 심자외선 장비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 중이다.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 정부 주도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동맹에 합류하면서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이 이뤄질 경우 중국 공장의 설비 고도화가 어려워지면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이며, 쑤저우에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충칭에는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도 갖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의 중국으로의 수출 제한과 관련해 '1년 유예'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일본과 네덜란드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동맹 합류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요소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 중인 중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의 운영이 향후 점진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 상당 부분을 중국 공장을 통해 생산 중인데, 이번 일본과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 동맹 합류로 장비 수출이 어려워질 경우 중국 현지 공장의 설비 업그레이드 및 고도화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공장 전경.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게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로부터 '1년간 유예조치'를 받았는데, 이번 일본과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 합류로 유예조치를 받는 게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장비공급업체들로부터 중국 공장에 공급해야 할 장비들을 받는 게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가 제재와 관련한 규정을 만드는 데 시일이 걸리겠지만, 결국 장비를 공급받아야 하는 두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관계자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중국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해왔던 TSMC 등이 더 이상 중국을 통해 성장하기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격차 전략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독립'에 나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반도체 장비를 구할 수 없다면 스스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1조 위안(약 183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