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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떨어지는 캐스퍼 신차효과, 경차 ‘몰락설’ 또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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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떨어지는 캐스퍼 신차효과, 경차 ‘몰락설’ 또 나오나?

1월 판매량 22.2% 급감, 경차 시장 위축과 직결
무의미한 ‘경차’, 찻값↑에 전기차 혜택 등이 원인

현대 캐스퍼 인스퍼레이션 모델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캐스퍼 인스퍼레이션 모델 사진=현대자동차
경차 시장 활기를 불어넣었던 캐스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신차 효과가 떨어지면서 판매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업계는 경차 시장의 혹한기가 다시 찾아오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캐스퍼의 지난 1월 판매량은 3070대로 전월 대비 22.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 판매량이 5000여대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폭의 하락이다.
캐스퍼는 지난 2021년 9월 출시되며 몰락의 길을 걷던 경차 시장에 구원투수가 됐었다.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13만4924대 가우데 캐스퍼가 4만8002대를 기록하며 3분의 1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길었던 대기기간도 많이 줄었다. 최소 5~6개월씩 걸렸던 대기기간이 이제는 1달이면 출고가 가능하다. 반도체 수급이 완화된 것도 있지만, 올해 3년 차에 이른 캐스퍼의 신차 효과가 떨어졌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모든 제품에 신차 효과가 가시기 마련이지만, 캐스퍼의 경우는 현재 경차 시장의 위기와도 직결될 수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때 기아 레이의 인기 역시 캐스퍼의 출시와 함께 덩달아 오른 것도 있다. 캐스퍼는 경차이면서도 키가 높은 SUV 타입으로 만들어졌다. 애초부터 레저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시트를 최대한 눕혀 평탄화 작업에 용이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캐스퍼의 레저 활용도가 뜨면서 레이의 다목적성도 재조명받게 된 셈이다. 레이의 판매 인기는 새 차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하지만, 경차 시장의 문제는 새롭게 개발하는 신차가 없어 선택지 부족에 따른 판매에 한계가 있다는 것에 있다.

캐스퍼 출시 전 국내 경차 시장에는 기아 모닝과 레이, 쉐보레 스파크가 전부였다. 쉐보레 스파크는 단종을 알렸고 앞으로 그나마 남는 것은 모닝, 레이, 캐스퍼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4년 출시돼 3세대까지 2번의 완전변경, 4번의 부분변경을 이룬 모닝은 이제 사골 수준이다.
특히, 모닝의 경우 전기차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레이와 캐스퍼와는 달리 전기차 가능성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경차의 가장 큰 이점인 경제성도 몰락설의 근거로 꼽힌다. 캐스퍼는 일명 깡통 옵션의 가격도 1300만원이 넘지만, 풀옵션 적용 시 2000만원을 넘어간다. 찻값이 오르면서 소형 SUV, 혹은 전기차로 넘어가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연비나 경차 혜택 역시 최근 전기차들과 비교하면 큰 이점이 없는 셈이다.

경제성을 따지는 경차 구매 고객들은 이제 중고차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중고차 거래 순위에서 기아 모닝이 2위를 차지했다. 3040세대가 가장 많이 산 중고차로 2011년 기아 모닝과 2010년식 기아 뉴 모닝이 선정됐다고 한다. 수요는 분명히 있지만, 신차 시장에서 거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공해차 혜택이 더 많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경차 시장 몰락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일 것”이라면서 “무의미하게 경차라는 세그먼트를 나누는 것보다 상용차로 더 활용도가 높은 PBV 같은 차종 개발에 집중하고, 거기에 알맞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정책적으로도 더 옳은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