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일본·네덜란드, 中 칩산업 아예 숨통 조인다

공유
0

[초점] 미국·일본·네덜란드, 中 칩산업 아예 숨통 조인다

9월부터 특정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 통제 시행

미국, 일본, 네덜란드는 중국 칩 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대중국 장비수출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일본, 네덜란드는 중국 칩 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대중국 장비수출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언급했지만 과학과 기술 영역, 특히 칩 산업에서는 예외인 것 같다.

올여름 미국, 일본, 네덜란드는 “중국이 자유 진영의 기술을 이용해 인민해방군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는다”며 중국 칩 제조업체에 대한 칩 제조 장비 수출을 더욱 제한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6월 30일 특정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리스제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무역부 장관은 이러한 장치가 잠재적으로 군사 장비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조치는 9월 1일부터 시행되며 첨단 칩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는 해당 장비를 해외에 판매하기 전에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이 발표에는 라이선스가 필요한 장비에 대해 설명하는 기술 문서도 포함되어 있다.

문서에 따르면 ASML의 4개 리소그래피 시스템 중 3개는 규칙에 따라 중국 수출이 제한된다. ASML의 노광장비는 총 4개 종으로 극자외선(EUV) 장비 1개, 심자외선(DUV) 장비가 3개다. 그동안 DUV는 판매를 허용했는데 이제 중국 칩 제조업체가 28나노미터(nm)보다 작은 칩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것이다. 최첨단 장비가 아닌 장비도 제한한다는 의미이다.

슈라이네마허는 새로운 규정이 소수의 회사 및 장비 모델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약 20건의 수출허가 신청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영향을 받는 회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통제 조치는 “국가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즉, 네덜란드는 해당 조치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반발을 최소한으로 돌리기 위한 표현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대비한 조치다. WTO는 규제를 통해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방지하고, 무역을 활성화한다. 그러나 군사적 이유는 규제 예외로 인정한다. 군사적 이유를 규제의 예외로 인정하는 이유는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국가의 안보는 무역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ASML은 2단계 DUV(Advanced Deep Ultraviolet) 리소그래피 장비도 수출허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 장치는 컴퓨터 칩 생산에 사용된다.

ASML은 7나노미터 이하의 칩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치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이다. 중국은 언제나 최첨단 장비를 확보하기를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제 최첨단이 아닌 장비조차도 수출 규제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DUV 장비로 중국이 7나노 칩을 생산한 데 대한 조치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네덜란드와 긴밀히 협력해 DUV 장비 수출도 제한하도록 설득했고, DUV 장비로 7나노 칩을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준 기술자도 중국에서 일을 그만두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기술자가 중국에서 일을 하려면 라이선스를 받도록 한 것이다. 미국 시민이 될 것이냐, 이를 포기할 것이냐를 선택하게 했다. 중국에서 주는 돈보다 대개의 경우 기술자들은 미국 시민을 원했다.

◇중국의 반응


중국 상무부는 발표가 있은 직후인 7월 1일 성명에서 네덜란드 측이 국제 경제 무역 규칙과 중국-네덜란드 경제 무역 협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네덜란드가 시장 원칙과 계약 정신을 존중하고, 양국 반도체 산업의 정상적 협력과 성장을 방해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수출 통제 조치 남용을 그치고, 중국과 네덜란드 기업의 이익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의 성명이 나오기 전인 6월 30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毛寧)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국가 안보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갖고 수출 통제를 남용한다고 비난했다. 안보를 내세워 중국을 기술적 봉쇄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오닝은 중국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법적 권리와 이익을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재 강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도 7월 말 중국 최대 칩 제조업체 SMIC가 운영하는 웨이퍼 팹을 포함해 6개 중국 기업에 칩 제조 장비를 수출하기 전에 라이선스를 취득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2022년 10월 미국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주장하며 중국에 칩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미국 시민도 이러한 규칙으로 중국 칩 제조업체에서 일할 수 없다. 이 제한을 설정한 후 미국은 다른 칩 제조 국가에서도 동일한 정책을 수행하도록 요청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와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이다. 미국에 기반을 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KLA 및 램리서치와 같은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칩 도구를 만든다. 광학기기를 많이 만드는 일본의 니콘과 반도체용 장비를 많이 만드는 도쿄일렉트론도 중요한 공급자다. 일본은 이미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23종의 장비 판매를 제한했다. 이러한 제한 사항은 7월 23일부터 적용된다.

◇2나노 칩 경쟁 시작


미국, 일본, 네덜란드는 중국을 성숙 공정에 묶고 2나노 칩 경쟁에 나섰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최근 2나노급 반도체 양산 및 적용 일정을 발표했으며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에는 2나노급 기술을 고성능 컴퓨팅 제품에 적용하고, 2027년까지 자동차 부문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2나노 칩에 대해 예상보다 기술 진행 상황이 양호하며 2024년에 시범 생산,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도 2나노 기술을 노리고 있다. 2나노는 더 적은 전기량에 더 빨리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중국이 인공지능(AI) 칩에서 경쟁을 확보하려면 첨단 칩을 착용해야 한다. 양자 컴퓨팅과 우주 시대, 첨단 국방 장비에도 성숙 공정 칩을 사용해서 상대를 제압하기 어렵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