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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호주 철광석 산업, 중국의 친환경 철강 추진으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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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호주 철광석 산업, 중국의 친환경 철강 추진으로 '위기'

호주 필바라 철광석 광산. 호주 철광석 산업은 중국의 친환경 철강 추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호주 필바라 철광석 광산. 호주 철광석 산업은 중국의 친환경 철강 추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호주 경제의 근간을 이루어 온 철광석 산업이 중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랫동안 호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철광석 수출이 중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에 따라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 철광석 산업의 국민 소득 기여도는 2005년 80억 호주 달러(약 6조9684억원)에서 현재는 1240억 호주 달러(약 108조114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호주 철광석 산업은 최대 고객인 중국의 제철소가 탄소 발자국을 대폭 줄이려는 움직임에 따라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제품의 순도에 있다. 현재 호주가 수출하는 철광석의 대부분은 고급 등급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철광석의 철분 함량이 낮을수록 정련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호주의 경쟁국인 브라질과 기니 등 고급 철광석을 많이 보유한 국가들을 선호하고 있다.

호주는 이 수요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지만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새로운 녹색 경제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철광석 최대 고객이 행동에 나서다


중국은 호주 철광석의 최대 수입국이다. 호주는 2022년에 철광석 수출량의 80% 이상인 7억3600만t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지난해 중국의 제철소는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주요 오염원이기도 하다.

호주 철강업계는 이제 탈탄소화라는 이중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광범위한 ‘이중 탄소’ 목표의 일환으로 철강 산업에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했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 이전에 배출량을 정점에 도달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탄소 집약적 철강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가 예정되어 있어 '더러운' 철강 생산 비용이 훨씬 더 비싸지게 될 것이다.

등급 낮은 호주산 철광석

저급 철광석으로 철강을 만드는 것은 전혀 탄소 친화적이지 않는 일이다. 우선, 전통적인 제강 공정에서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저등급 철광석 1t을 사용하면 고로에서 고등급보다 200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

저급 철광석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중국 제철소의 우선순위가 되어 철광석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과 기니와 같은 경쟁 국가들이 수출하는 철광석의 대부분은 철분이 65% 이상 함유된 고급 철광석이다. 그러나 현재 호주의 수출 철광석 대부분은 이 기준치인 56%에서 62%에 미치지 못한다.

새로운 기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여러 제철 기술은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호주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더 높은 등급의 철광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세계 최대 철강 업체인 중국 바오우 그룹을 비롯한 여러 중국 철강 회사에서 사용 중이거나 건설 중인 4가지 새로운 제철 기술이 있다. △수소농축 탄소재활용 및 산소 용광로(HyCROF) △수소환원 및 전기제련 공정(HyRESP) △수소 야금 △그린 수소제로 탄소 유동층 제철기술 등이다.

철 스크랩 사용 증가


전 세계 철강 수요는 2050년까지 22억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 철광석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철 스크랩 또는 폐차, 백색 가전, 기계와 같은 재활용 철강의 가용성이 증가하면 철광석의 전반적인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

제강에 1t의 재활용 강철을 사용하면 1.4t의 철광석을 절약하고 약 1.5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은 철과억 업계에는 치명적인 수요 추락을 의미한다.

탄소 관련 새로운 관세


2022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를 배출한 세계 철강 산업에 갖가지의 입법 조치가 곧 시행될 예정이다.

이 국제적 조치 중 하나인 유럽연합의 국경 간 조정 메커니즘(CBAM)은 지속 가능한 철강 제조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을 가속화시켰다. 이 법안은 처음에는 철강과 같은 탄소 집약적 제품을 겨냥하여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 관세를 부과하는 역할을 했다. 이 법안은 2026년까지 완전히 시행될 예정이다.

EU의 철강 제품 수입업체는 기존 제철소와 EU의 배출 기준 간의 탄소 배출량 차이에 따라 EU가 정한 가격에 따라 수입 탄소세를 납부해야 한다. 탄소 집약적인 철강 제품에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면 비유럽 철강 공장들이 친환경 철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앞으로의 과제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제철로의 전환은 호주와 여타 국가의 철광석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호주의 저급 철광석에 대한 수요 감소는 생산업체의 수익에 압박을 가하거나 일부 소규모 철광석 채굴업체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호주가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중 첫 번째 방법은 ‘마그네타이트의 생산과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호주에는 적철광 또는 ‘직접 운송 광석’(DSO)과는 성분이 다른 광석 유형인 마그네타이트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마그네타이트는 철분 함량(30~40%)이 낮지만 ‘선광’이라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통해 더 높은 등급으로 가공할 수 있다.

이 공정은 에너지 집약적이지만, 재생 에너지의 빠른 보급이 계속된다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호주에 직접 환원 공장을 건설하는 일’이다.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존의 용광로 공정과 달리 직접 환원 공정은 수소를 사용하여 철광석을 녹이지 않고 철로 환원한다. 호주의 재생 에너지로 값싼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해 많은 과대광고가 있었다.

그러나 호주가 성공한다면 직접 환원철의 글로벌 생산 허브로서 친환경 철강 혁명의 선두에 설 수 있다. 호주의 주요 철광석 생산업체와 정치 지도자들의 결정에 따라 이러한 글로벌 변화의 결과가 결정될 것이다. 전환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호주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