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주력 수출 제품 수출액 감소 불구 반도체만 증가
美 관세부과 전 재고 확보 움직임에 반도체 가격 줄인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주요제품 가격인상 카드 '만지작'
美 관세부과 전 재고 확보 움직임에 반도체 가격 줄인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주요제품 가격인상 카드 '만지작'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6.6%로 전년 동기 대비 8.8%나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기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자동차(-23.2%)를 비롯해 석유제품(-36.2%), 철강제품(-41.2%) 등 대부분의 주력 제품 수출이 감소했지만 반도체는 14.0% 수출이 늘었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강화 기조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 셈이다.
업계의 우려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강화 정책은 반도체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업을 비롯해 IT기업 등 반도체제품 수요가 많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관세 인상전 재고비축 움직임에 나서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1.65달러다. 이 수치는 전월보다 22.22%가 증가한 것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횡보를 거듭하다 5개월만에 상승전환 했다. 낸드 가격도 128Gb 16Gx8 MLC의 가격이 전달대비 11.06% 상승한 2.79달러를 기록하는 등 4개월 연속 오름세다.

기업들의 재고 비축 움직임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국의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고객사들에게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메일을 발송해 가장 먼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사실상 관세 비용을 고객사에 떠넘긴 것이다. 마이크론의 가격 인상으로 관세 비용마저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재고 비축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가격 인상 움직임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소비자용 D램 가격을 12%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을 3~5% 인상하는 방침을 타진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강화 움직임에 2분기와 하반기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회복세와 관세 관련 불확실성의 영향을 신중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수요가 앞당겨 반영된 영향으로 인해 이르면 4분기부터 수요가 둔화되며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