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애널리시스 “카이버 NVL144 제조 난도 높아”…AMD·구글에 고성능 AI 인프라 틈새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랙 시스템 출시가 핵심 기판 제조 난항으로 2028년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 루빈 플랫폼 공급망 조정 이슈와 달리 이번에는 AI 칩 144개를 하나의 서버 캐비닛 안에서 연결하는 랙 구조 자체의 제조 문제가 핵심으로 지목됐다.
CNBC는 반도체 리서치업체 세미애널리시스를 인용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랙 아키텍처인 ‘카이버 NVL144’ 출시가 당초 2027년에서 2028년으로 밀릴 수 있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카이버 NVL14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루빈 울트라’ 144개를 하나의 서버 캐비닛에 집적해 거대한 단일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연산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 PCB 미드플레인이 지연 핵심
세미애널리시스가 지목한 병목은 ‘PCB 미드플레인’이다. PCB 미드플레인은 시스템 내부의 여러 전자 모듈을 연결하는 특수 다층 인쇄회로기판으로 수많은 칩과 부품 사이의 신호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어주는 중앙 연결판 역할을 한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카이버 NVL144 랙 아키텍처가 제조 가능성 측면에서 PCB 미드플레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2028년으로 지연됐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이 시스템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존처럼 수평으로 배치하지 않고 컴퓨트레이에 세로로 장착하는 설계를 택했다. 집적도를 높이고 지연 시간을 줄이기 위한 구조지만, 그만큼 전력 공급, 열 관리,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기판과 연결 구조의 제조 난도가 높아진다.
세미애널리시스는 8개의 랙을 광통신으로 연결하는 더 큰 시스템인 NVL576도 지연되거나 소량 생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대안 설계도 클라우드 고객 반발
엔비디아는 기존 세대 랙 2개를 묶어 비슷한 성능을 내는 대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클라우드 고객사들의 반발로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이 설계에 대해 구조가 어색하고 운영 부담이 크다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루빈 울트라 세대에서 AI 시스템의 확장 규모를 키울 검증된 해법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AI 기업들이 더 큰 모델을 훈련하려면 더 많은 GPU를 하나처럼 묶어야 하지만 이를 실제 데이터센터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 매년 신제품 전략에 제조 한계
이번 지연설은 엔비디아의 초고속 제품 출시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맞춰 블랙웰, 루빈, 루빈 울트라 등 차세대 제품을 빠른 주기로 내놓는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랙 단위 시스템은 반도체 칩 하나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GPU,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 공급, 냉각, 인쇄회로기판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
AI 서버가 랙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쓰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병목은 칩에서 시스템 제조와 연결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PCB 미드플레인 논란은 엔비디아의 로드맵이 부품·기판·조립 공정의 현실적 제약을 더 강하게 받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 AMD·구글에 드문 기회 가능성
카이버 NVL144 지연은 경쟁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이번 지연이 AMD와 구글에 고성능 AI 인프라 시장의 기술적 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MD는 엔비디아에 맞서 AI 가속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구글은 자체 AI 칩을 앞세워 일부 대형 AI 연구소와 클라우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상위 랙 시스템 출시가 늦어질 경우 고성능 AI 시스템을 찾는 고객들이 대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엔비디아의 기존 루빈 시스템은 생산이 진행 중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현재 세대 루빈 시스템이 올가을부터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8개 클라우드 파트너에 공급되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또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하반기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이 월가 전망치를 20%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이버 지연설이 엔비디아의 단기 매출 전망을 곧바로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단기 매출보다 차세대 로드맵이 쟁점
엔비디아 주가는 보도 이후 장전 거래에서 등락하다가 194.79달러(약 29만8000원)로 0.1% 미만 하락했다.
이번 보도는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왔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의 지배력을 이어갈지뿐 아니라, 차세대 랙 시스템을 계획대로 공급할 수 있을지도 주시하고 있다.
카이버 NVL144 지연설은 AI 반도체 경쟁이 단순한 칩 성능 경쟁을 넘어 랙 설계, 전력 공급, 냉각, 기판 제조, 광연결 기술까지 포함한 시스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엔비디아가 핵심 기판 제조 장벽을 얼마나 빨리 넘어서느냐가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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