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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나노 아이폰 나왔지만…반도체 시선은 경제성 높은 '패키징'에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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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나노 아이폰 나왔지만…반도체 시선은 경제성 높은 '패키징'에 쏠려

2나노 아이폰18 프로, 성능 최대 40%↑…패키징·냉각 개선 효과도 커
박승배 빙엄턴 교수 "미세화 경제성 한계…소비자 갈증 채울 건 패키징"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6'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 2600'. 세계 최초로 2나노 공정이 적용된 제품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S26·S26+에 탑재됐다. 사진=유덕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6'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 2600'. 세계 최초로 2나노 공정이 적용된 제품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S26·S26+에 탑재됐다. 사진=유덕규 기자
스마트폰 칩이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시대에 들어섰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회로를 더 미세하게 새기는 기술보다 여러 칩을 하나로 묶는 '패키징'이 성능 경쟁의 승부처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갤럭시 S26 일부 모델에 2나노 공정으로 만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탑재했다. 애플도 지난달 대만 TSMC의 2나노 공정 기반 'A20 프로' 칩을 넣은 아이폰18 프로를 내놨다. 업계는 내년에는 퀄컴과 미디어텍의 차기 플래그십 칩도 2나노로 넘어가면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2나노폰'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나노 칩이 탑재되며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는 속도와 배터리에서 먼저 나타난다. 애플은 A20 프로의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전작인 A19 프로보다 최대 20%,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최대 40%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성능 향상이 공정 미세화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애플은 새로운 패키징 방식과 개선된 냉각 구조를 적용해, 높은 성능을 오래 유지하는 '지속 성능'을 최대 40%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가격 부담도 커졌다. 아이폰18 프로의 미국 출고가는 1199달러로 전작보다 100달러 올랐다. 업계는 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메모리 가격 급등을 꼽지만, 칩 원가 부담도 함께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TSMC의 2나노 웨이퍼(반도체 원판) 가격은 장당 3만달러 안팎으로, 전작 칩에 쓰인 3나노(약 2만달러)보다 50%가량 비싼 것으로 추산된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6' 기조연설에서 박승배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 교수가 반도체 성능 향상의 대안으로 '어드밴스드 패키징(첨단 패키징)'을 제시했다. 사진=유덕규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6' 기조연설에서 박승배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 교수가 반도체 성능 향상의 대안으로 '어드밴스드 패키징(첨단 패키징)'을 제시했다. 사진=유덕규 기자


전자 패키징 분야 석학인 박승배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 교수는 14일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6' 기조연설에서 "과거에는 집적을 할수록 트랜지스터당 생산 단가가 내려가 경제적이었다"며 "어느 순간부터 집적할수록 생산 단가가 높아져, 집적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모든 칩에 값비싼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벤츠에 벽돌을 싣고 나르는데 돈을 쓰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며 "어떤 애플리케이션에는 정밀한 공정이 필요하겠지만, 많은 애플리케이션은 그게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함께 따르던 기술 이정표도 바뀌었다. 반도체 업계는 1998년부터 국제반도체기술로드맵(ITRS)을 통해 몇 년 뒤 어느 수준까지 회로를 미세화할지 공동 목표를 세워왔지만, 이 로드맵은 2016년께 발간이 중단됐다. 박 교수는 지금은 이종집적로드맵(HIR)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이종집적은 서로 다른 종류의 칩을 한 패키지 안에 묶어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기술이다.

박 교수가 성능 향상의 대안으로 꼽은 것은 어드밴스드 패키징(첨단 패키징)이다. 연산을 맡는 로직 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통신 소자 등을 한 판 위에 가까이 붙여, 칩 사이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그는 "전체 시스템의 성능은 가장 뒤처진 부품이 결정한다"며 "어느 하나만 훌륭해서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패키징 역시 넘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박 교수에 따르면 그가 2014~2015년께 처음 다룬 2.5D 패키지는 한 변이 약 5㎝였지만, 10여 년 만에 10㎝ 수준까지 커졌다. 패키지가 커지면서 열에 의해 휘어 기판에 제대로 붙지 않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발열도 걸림돌이다. 박 교수는 "HBM을 로직 칩 위에 두세 장만 쌓아도 안쪽 칩은 10초 안에 불이 날 정도"라며 열 문제가 3차원 적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박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기회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가 앞서가던 지난 10여 년과 달리, 이제는 하드웨어가 인공지능(AI) 발전의 병목이 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0만원을 주고 산 새 아이폰이 전작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누가 사겠느냐"며 "반도체 집적으로 이룬 기술 진보를 업계는 수긍하지만 소비자는 수긍하지 않는다. 그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이 어드밴스드 패키징"이라고 말했다.


유덕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ude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