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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고교평준화, 이중성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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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고교평준화, 이중성의 딜레마

[글로벌이코노믹 교육단상-하미쌤의 톡(14)]
하미정 세종국제고등학교 교사이미지 확대보기
하미정 세종국제고등학교 교사
“고교평준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쪽이면 속이 상할 것이고, 공부가 좀 부족하면 묻어가기를 기대하겠지요.”

결국 학부모 입장은 자녀의 성적에 따라 이중적임을 보여준다.

1974년 이전까지 실시되었던 비평준화제도가 중학생의 과중한 학습 부담과 명문고등학교로 집중되는 입시경쟁의 과열, 도시 인구 집중 현상의 문제 때문에 평준화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의 50% 이상, 학생의 경우 60% 이상이 이 제도에 따라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고교평준화,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 문제가 최근 세종시에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별로 평준화가 전면 적용되거나 평준화와 비평준화가 혼효하고 있으나 세종시는 충남도와 함께 전국에서 유일하게 비평준화만 실시하는 지역이다. ‘고교평준화를 추진해야겠다’는 현 교육감(최교진)의 공약 실천 의지에 대해 ‘평준화로 인한 불편함’의 목소리는 이중의 딜레마 속에 처해 있는 것이다.

고교평준화 제도가 바람직하고 세종시 역시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생 자치시인 세종시는 물리적으로 폭풍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도시 중심의 신설학교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주자 중심의 문화 형성이라는 독특한 지역성을 갖고 있다. 학생들의 출신 지역도 전국 단위로 구성됨에 따라 다양한 문화와 사고가 공존하는 만큼 여론을 모으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주 전의 지역에서 출생과 성장을 시작한 자녀를 타지인 세종시로 동반 이주한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거셀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이들이 공부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지만, 반대로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리고 있다. 학교 서열화와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급하게 평준화를 실시할 경우 ‘더 높은 가치와 특기를 가진 아이들을 평준화의 틀에 가두고 이에 반하는 보편적 교육을 받게 한다는 것 또한 그 자체가 또 다른 불평등과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소수의 의견도 살아 있다. 더욱 극단적으로는 ‘세종시의 앞날이 교육의 성공 여부에 좌우될 수 있다’는 생존적 근거로 고교평준화를 반대하기도 한다.

이 문제는 생각할수록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고교평준화를 실시할 경우 이 제도를 반대하는 50%의 예비 학부모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고, 비평준화를 그대로 실시할 경우 기존학교와 신설학교 간의 서열화를 방지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세종시의 미래를 위해서 교육감이 직면한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교육계와 지역 사회 모두가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어야 할 때다.

최상의 방법은 평준화된 학교에서 최고의 교육 혜택을 받고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교육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 해법이 현실이 되게 하려면 단계적인 이행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세종시의 교사 구성이 우수하고 학교 기반 시설이나 시스템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하다는 점이다. 또한 혁신학교와 배움 중심 수업 등의 도입으로 일반 학교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지 않은가. 조금만 더 고교평준화를 준비할 수 있는 호흡의 시간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교육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세종시와 같은 독특한 구조에서는 교육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서두에서 언급한 학부모의 입장이 말해주듯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자식에게 불이익이 되는 제도를 선뜻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약 사항의 이행을 위한 제도의 개선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세종시의 모든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면 여론조사 결과가 몇 %냐의 수치에 따라 이 문제를 결정할 것인가를 재고해 보고 고교평준화가 던지는 이중의 딜레마를 극복할 묘안을 좀 더 신중하게 마련해 보기를 바란다.
하미정 세종국제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