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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밥'을 '전주비빔밥'으로 기억할 데이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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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밥'을 '전주비빔밥'으로 기억할 데이브에게

문지형 여기어때 CCO
문지형 여기어때 CCO
학창 시절 미국인 친구가 며칠간 우리 집에 머문 적이 있다. 콩나물이며, 계란이며 먹다 남은 반찬을 대접에 넣고 식은 밥과 고추장을 더한 뒤 ‘한국의 대표 음식 비빔밥’이라면서 싹싹 비벼 자랑스레 내어준 적이 있다. 썩 좋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 친구는 그런 대로 맛나게 그릇을 비웠다.

요즘 우리는 ‘여기어때3.0’이란 이름으로, ‘종합숙박O2O’ 구현을 고민 중이다. 시중에는 수많은 숙박 앱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호텔과 모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여러 목적의 숙박시설을 한 곳에 모아둔 대표 숙박 예약 채널을 단박에 떠올리지 못한다.
우리와 같은 정보제공형 숙박O2O의 역할은 고객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시키느냐에 있다. 여기저기 흩어진 다양한 목적의 숙박시설을 앱 하나에 우겨 넣는다고 종합숙박O2O 타이틀이 달리는 건 아니다.

비록 스타트업이지만 우리가 운영하는 ‘여기어때’와 ‘호텔타임’의 월간 방문자 수는 200만 명에 육박한다. 얼마 전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객실 누적 거래 1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이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숙박정보를 온전히 얻고, 간편하게 ‘예약’하는 것이다.

숙박 정보에 접근하는 목적은 다양하지만 과정은 단순해야 한다. 숙소 유형 별로 객실을 고르는 기준은 제각각이다. 사용 목적에 맞게 노출방식도 달라야 한다. 특정 컨디션의 숙박시설 예약 지원을 위해 다른 앱으로 연동시키는 ‘꼼수’도 피해야겠다. 고화질의 객실 이미지나 풍부한 사용자 리뷰 확보는 필수다.

O2O 서비스에서 중요한 요소는 정보에 대한 ‘신뢰’다. 무분별한 정보가 넘쳐나는 온라인 환경에서 고객 로열티를 확보하려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누군가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발상은 무의미하다. 신뢰도 높은 정보를 편리하고, 쉽게 담아내는 O2O만이 자연스레 사용자에게 ‘각인’된다.

가족이나 연인과 머무를 객실을 예약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선택사항이 수도 없이 많아서다. 소비자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 예약한 호텔의 위치는 적절한지, 인터넷으로 본 호텔 모습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침대는 청결하고 안락한지 등. 사람들은 수많은 요건 때문에 호텔 예약 시 스트레스를 받고, 도착하는 순간까지 걱정한다.

사용자의 불안감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진정한 종합숙박 O2O가 해결할 과제다. 소비자가 ‘최고의 예약을 했구나’하는 최상의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15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앞서 언급한 미국인 친구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허접한 비빔밥에 참기름은 고사하고 들기름이라도 몇 방울 떨어 뜨려줄 걸.

“데이브, 다음에 오면 제대로 된 전주비빔밥 전문점으로 인도할게. 그때 네가 먹은 건 그냥 밥과 반찬을 비빈 거야.”
문지형 여기어때 C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