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취업박람회장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막 취업한 친구들, 결혼한 선배들이 하던 말을 10대의 입에서 듣자 꽤 당황스러웠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 학생의 말이 틀리진 않은 듯 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7억2166만원을 기록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3인 가구 기준)은 500만원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한 푼도 쓰지 않고 11년을 넘게 모아야 서울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8·2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며 젊은 세대에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정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기준을 5년에서 7년으로 완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초혼 나이는 남자 32.9세, 여자 30.2세다. 신혼부부 특공이 40대까지 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30세대는 청약시장에서 더 밀려난다. 청년가구의 자가비율은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15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본인 명의의 집이 없는 대학생 중 95%가 ‘향후 내 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도 엄연한 실수요자다.
8·2대책 1년이 다 되어 간다. 정부는 시장을 다시 들여다보고 정책으로 인한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신혼부부에 대한 혜택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젊은 세대’에 청년들도 포함돼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