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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소비쿠폰이 1% 성장 발목?… '경기부양 효과 미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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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소비쿠폰이 1% 성장 발목?… '경기부양 효과 미미' 논란

기재부 올해 성장률 0.9%로 하향… "소비쿠폰 효과 없다는 것 자인한 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한 달이 지난 가운데 25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편의점에 소비쿠폰 홍보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한 달이 지난 가운데 25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편의점에 소비쿠폰 홍보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35조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고도 올해 경제성장률 1% 달성이 어렵다고 못 박으면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 지급에 13조9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신 재정승수가 더 높은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선제 투입했다면 올해 성장률이 더 높아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내놓는다. 또한 본질적인 소비 여건의 개선이 수반되지 못한 상황에서 한시적인 현금 살포로 경기를 추세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부각됐다. 일각에선 소비쿠폰 사용이 종료되는 11월 이후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25일 학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1·2차 추경을 통해 35조 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됐지만 이 중 14조 원 가까이 투입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1.8%보다 0.9%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정부는 올해 두 차례 추경을 통해 35조 원가량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며 경기 진작에 나섰지만, 현시점에서 올해 1%대 성장률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꼴이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가 0.8%인 점을 감안하면 이후 이뤄진 2차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0.2%포인트 수준으로 크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발(發) 관세 충격이 성장률을 갉아먹기도 했지만 경기 회복을 위해 실시한 2차 추경의 약발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특히 13조9000억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단기적으로는 민간 소비를 떠받쳤지만 성장을 견인하는 마중물이 되지는 못했다는 진단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기존 지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부가 지급한 소비쿠폰 14조 원이 모두 쓰이면 대략적으로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 대다수가 그 돈을 받아도 추가 지출을 하는 것이 아닌 기존 지출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면서 "이런 경우에는 성장률 제고 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20년 5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중 30%만 소비로 이어지고 70%는 빚을 갚거나 저축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당시에도 내수 소비를 위해 14조2000억 원을 뿌렸지만 정작 소비로 이어진 신용카드 매출은 4조 원에 그쳤다.

이에 소비쿠폰 지급을 저소득층에 한정하고 재정 여력을 다른 곳에 투입했으면 성장률을 더 끌어올렸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정부가 이전지출보다는 재정승수가 높은 직접 투자·소비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지난 2020년 산출한 거시계량모형(BOK20) 추산에 따르면 재정 1조 원을 국민들에게 이전지출할 때 1차 연도 국내총생산(GDP)을 2000억 원가량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등에 투자하는 정부투자 지출의 경우에는 1차 연도 6400억 원의 GDP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지원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최근 경기부양책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것은 상반기 국내 경기 부진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소비보다는 투자에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직접적인 소비 정책의 레버리지 효과가 그 나라들만큼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비쿠폰의 사용이 끝나는 11월 이후 소비 침체가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연구원은 "문제는 소비 지원 정책이 종료되는 11월 이후의 상황"이라며 본질적인 소비 여건의 개선이 수반되지 못한 상황에서 직접적이지만 한시적인 소비 지원만으로 경기를 추세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