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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재해법 땜질식 처방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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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재해법 땜질식 처방 개선돼야

산업부 이창호기자
산업부 이창호기자
지난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인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이 책임을 지며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처럼 HDC현산은 작년 광주 학동에서 발생한 철거붕괴 사고도 있었기에 책임을 지는 모습은 불가피했다.

특히 HDC현산은 국내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시공력에 대해 국토부에서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았다. 실제 아이파크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시공품질에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HDC현산은 '땜질식 처방'으로 넘어갔다. 결국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회장이 사퇴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그러나 언론이나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세간에선 "사퇴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으로 끝나게 되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 시행 열흘 전에 일어난 사고라서 총수가 처벌을 받지 않게 돼 더욱 그렇다.

현실적으로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인만큼 원칙상 처벌 대상은 등기이사 선에서 끝난다. 결국 정몽규 회장은 머리가 아픈 상황을 벗어나고자 사퇴했고 검찰수사만큼은 피해보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국내 10대 건설사에 해당되는 대기업의 수장도 사퇴했는데 중소규모 업체의 CEO들은 산업재해라도 발생하면 회사의 존폐가 '바람 앞에 촛불'만큼 위태롭게 된다.

결국 산업계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오히려 처벌 규제를 더 강화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최소 1년의 징역이나 최고 10억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중소 건설·엔지니어링사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안전조치를 취해 놓는다 해도 사고를 예측하고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며 "갑자기 발생하는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부분도 있는데, 이로 인해 1년 징역에 10억원의 처벌을 받게 되면 회사 경영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처벌 규정 강화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산업계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 연휴 전후 중대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회사 관계자를 처벌하기만 하면 사고 예방에 효과적인가'라는 의문만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 여론조사기관에 1000대 기업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영향 개정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63%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37%는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대부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 수치다.

한경연 관계자는 "아무리 산업재해를 대비해도 사고가 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만으로 예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산업안전 시스템을 정비해 사고 예방에 주력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며, 기업활동을 위축 시킬 수 있는 법은 오히려 정비해야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은 그저 사고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절절하다. 각종 안전사고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인식을 바꿔 원칙과 규정을 지킬 때 예방할 수 있다. 중대 재해에 대해 단순히 규제·통제로 해결되길 바라는 것은 꿈을 쫓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창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lug1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