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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샤넬, 3초백 오명 쓰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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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샤넬, 3초백 오명 쓰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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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루이비통 ‘3초백’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2000년대 중반 명품 대유행의 선두주자 역할을 한 루이비통의 스피드백을 부르는 말이다. 길거리에서 이 가방을 3초마다 볼 수 있어 붙여졌다. 그렇다 보니 중고시장 매물로 널리고 널린 게 스피디백이 됐다.

요즘은 샤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샤넬백 하나를 위해 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줄을 서 문을 여는 순간 달려가는 ‘오프런’은 이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그 사랑은 가격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네차례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이유로 매장 앞을 향한다.

왜 이렇게까지 샤넬에 열광적일까. 명품이 전하고 있는 가치, 희소성 내지는 좋은 품질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보다 앞서는 중고시장에서의 가치 때문이다.

샤테크(샤넬+재테크)도 그래서 나온 말이다. 매년 있는 가격 인상에 제품을 사 두기만 하면 중고제품으로 팔아도 남는 장사다. 명품을 경험마면서 차익도 낼 수 있으니 안 사고도 못 배기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 3초백으로 통하는 루이비통 스피디백을 기억할 때다. 엄청나게 팔려나간 만큼 중고시장에도 매물이 넘쳐 제대로 된 중고가격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루이비통 스피디백 35 제품의 정가는 209만~223만원 수준이지만 중고가는 60만~70만원 수준에 그친다.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희소성을 잃어서다.

샤넬도 이 같은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다른 명품에 비해 고평가 받고 있지만 그 가치와 격은 예전 같지 않다. 백화점 VIP 사이에서는 샤넬 기피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오픈런 고객들로 쇼핑 경험의 질이 낮아지고 대중성은 높아져서다.

이는 곧 명품 가치가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잃어버린 명성을 돼 찾으려면 그 격을 다시 갖춰야 한다. 단순히 가격만 더 올린다고 해서 희소성이 생기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다. 창업주 가브리엘 샤넬이 전달하고 싶어 했던 시대를 앞서는 아름다움으로 또 다른 역사와 가치를 창출하고, 샤넬만의 ‘결’을 새롭게 써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3초백 오명을 함께 할지 모른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