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수첩] 젊은 세대 관심 끌려면 '잘파세대'란 말부터 버려야

공유
0

[기자수첩] 젊은 세대 관심 끌려면 '잘파세대'란 말부터 버려야



이원용 기자
이원용 기자

올 초부터 '잘파세대'라는 출처 불분명의 용어가 젊은 세대를 상징하던 'MZ세대'란 말을 대체하고 있다. 이 용어를 쓰는 이들은 대부분 "잘파세대 눈길을 끄는", "잘파세대에게 유행" 등의 형태로 활용해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싶다'는 마케팅적 의도를 보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MZ와 잘파를 뜯어보면 각각 2000년대를 전후로 성인이 된 M(밀레니얼)세대와 1990년 후반~2010년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합쳐서 'MZ', Z세대와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쳐 '잘파'로 부르는 일종의 합성어다.

그러나 영어권 주류 매체들을 살펴보면 인구통계학적 분류에 맞춰 각각 'M세대, 'Z세대', '알파세대'를 칭하는 이들은 있어도 MZ, 잘파 등으로 묶어 지칭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뉴미디어를 상징하는 유튜브나 틱톡에 'Generation MZ'나 'Generation Zalpha'를 검색해봐도 유의미한 결과는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MZ나 잘파는 영어 단어지만 실제로는 국내에만 통용되는 '콩글리시'인데 젊은 세대가 만든 신조어는 아닌 셈이다. '잘파'의 뜻을 접한 젊은 세대는 으레 "2000년생 대학생과 2015년생 초등학생을 같은 세대로 묶는 게 말이 되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Z나 잘파를 언급한 콘텐츠를 접한 고객들은 "마케터, 언론, 정치인이 멋대로 쓰는 억지"라며 거부하거나 심지어 "오~완전 MZ한데?" 같은 반어법적 표현과 함께 비웃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정치권 안에서도 "젊은 세대에 접근하려면 MZ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부터 없애야 한다"는 자아비판이 나온다.

'젊은이들을 위한'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딱딱함, 또 마케팅의 기본 '차별화'를 위해 용어 선택부터 고민해야 하는 이들의 고충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쭙잖은 차별화 시도가 거부감과 비웃음으로 이어진다면 주객전도다. '잘파세대' 같은 용어를 전략적으로 쓰기 전에 마케팅의 또 다른 기본 '고객과의 소통'부터 명심하는 것이 어떨까.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