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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윤석열 대통령 통상외교와 알타시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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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윤석열 대통령 통상외교와 알타시아의 꿈

ASEAN+(아세안 플러스) · EAS(동아시아정상회의) · G20 ·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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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시아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오가며 정상외교를 벌이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 자격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플러스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나선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난 2008년 첫 회의 이후 일본→중국→한국 순으로 번갈아 의장국을 맡아왔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이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청년들의 인공지능(AI)·데이터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한-아세안 인공지능(AI) 페스타'와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주최하는 갈라 만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도 나섰다. EAS는 동아시아 내 18개국 정상이 모여 역내외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전략 분야 포럼이다. 양국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하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캄보디아 및 쿡 제도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을 포함해 아세안 회원국 및 파트너국과의 양자 회담에도 나섰다. 8일에는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을 한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인도 뉴델리로 이동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알타시아를 떠올리게 된다. 알타시아(Altasia)란 '대안적인(Alternative)'과 '아시아(Asia)'의 합성어다. '중국을 대체하는 아시아 국가들'이라는 뜻이 담겼다. 2023년 3월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이 정치적·경제적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중국의 리스크가 커졌다. 여기에 중국의 높은 인건비도 겹쳐 글로벌 시장에서 탈중국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아시아 공급망이 바로 알타시아다. 중국 없이도 아시아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3월 3일자 기사(These countries could lure manufacturing away from China)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단합하면 중국으로부터 제조업을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균열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제조업체는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생산 현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개별국의 힘만으론 중국을 대체하는 ‘수출 허브’가 될 수 없다면서 중국 주변의 14개국이 공동으로 대응하면 중국의 수출 규모에 비견할 만한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알타시아에 해당하는 국가로는 ▲상대적으로 경제 발전 수준이 높은 한국ㆍ일본ㆍ대만ㆍ싱가포르 ▲인구 대국인 인도ㆍ인도네시아ㆍ방글라데시 ▲아세안(ASEAN) 국가인 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필리핀ㆍ캄보디아ㆍ라오스ㆍ브루나이를 꼽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2년 9월까지 1년간 알타시아의 미국에 대한 수출 규모는 6340억 달러로 중국의 대미 수출 실적(6140억 달러·약 809조원)을 상회했다. 전문 숙련 노동자의 숫자에서도 알타시아가 중국을 앞섰다. 알타시아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25~54세 사이 숙련 노동자가 1억5500만 명 거주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억4500만 명 수준이다. 알타시아 지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14억 명으로 9억5000만 명의 중국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알타시아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일본·대만의 기술과 자본, 싱가포르의 금융과 물류, 인도·베트남 등의 노동력과 자원을 결합하면 중국보다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대중국 경제 의존도 낮추기가 국가적 과제인 한국으로서는 주목할 만한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자원부국이자 인구대국으로 알타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 올해 한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은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7000만 명으로 세계 4위 인구대국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생산량 세계 1위, 코발트 생산량 2위로 협력이 성사되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가능하다. 인도네시아도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국의 고도화한 제조업 기술과 자본 투자가 절실하다는 입장이어서 윈윈 협력이 충분히 가능하다. 인구 14억 명의 인도도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됐다. 그중 52%가 30세 미만으로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이자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뛰어난 정보기술(IT) 인재가 많아 한국 기업들과의 잠재적 시너지가 크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구자은 LS 회장 등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동행한다. 알타시아로 저성장 고착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