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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5만원 살포하면서 '2000원 라면값' 잡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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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5만원 살포하면서 '2000원 라면값' 잡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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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금융부 기자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 라면 한 개에 2000원(도) 한다는데 진짜냐?"

이재명 대통령은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라면값을 언급하면서 물가 대책을 보고하라고 경제 관련 각 부처에 지시했다. 대표적인 서민 식품 중 하나인 라면을 콕 집어 예로 들었지만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결국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서민 생활과 직결된 물가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대통령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전 국민 25만 원 재난지원금 편성 등을 공언하며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려고 하고 있어 상충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추락하는 등 무엇보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 악화와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더라도 2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또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로 1%대에 그치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 역시 적은 편이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려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여당 최고위원은 "돈 풀면 물가 오른다는 것은 20세기 경제학이다"라고 물가 상승 우려에 반박하기도 했지만, 중력이 지구 중심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20세기나 21세기나 마찬가지다.

이에 전문가들은 추경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 규모로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 대통령과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미 2022년(5.1%), 2023년(3.6%) 등 고물가 추세가 누적되면서 미세한 물가 상승에도 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면값이 하루아침에 2000원이 된 것은 아니다. 1000원, 1300원, 1500원, 1800원을 넘어설 때마다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서민들에게 일회성으로 25만 원 쥐여주고 라면값이 2500원까지 오른다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청구서는 국민들이 부담하는 셈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