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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잘 키운 시스템 반도체, 열 메모리 반도체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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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잘 키운 시스템 반도체, 열 메모리 반도체보다 낫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4에서 자사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을 공개했다. 전작 ‘호퍼’ 대비 AI 성능은 최대 5배, 전력 대 성능비는 25배나 개선됐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이번 ‘블랙웰’ 칩을 통해 AI 반도체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지키는 것은 물론, 지난해부터 계속된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 이어갈 새로운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엔비디아를 보면 부러움과 함께 아쉬움도 커진다. 왜 우리나라엔 엔비디아 같은 ‘시스템 반도체’ 회사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한국은 1974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고, 1992년에 일본을 추월하면서 DRAM, 낸드플래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국가로 도약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스포트라이트와 그에 따른 과실(매출과 이익)은 엔비디아 같은 시스템 반도체 기업에 쏠리고 있다.

AI 열풍이 시작된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엔비디아 AI 칩에 HBM을 공급해 온 국내 기업 SK하이닉스의 주가는 88%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가는 무려 234% 넘게 폭등하며 반도체 업계 최초로 ‘시총 1조 달러(약 1330조 원)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AI 반도체에서 엔비디아의 GPU가 ‘주연’이고 SK하이닉스나 삼성의 HBM은 GPU를 돕는 ‘조연’이기 때문에 대접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40년이 넘어가는 한국의 반도체 역사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에 기회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ARM이나 AMD, 브로드컴 같은 유망한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을 인수·합병해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키울 수도 있었던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들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의 위상과 가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감히 인수합병을 시도하기에는 너무나 커졌다. 그리고 AI 기술이 발전하고 관련 시장이 성장할수록 그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거침없는 승승장구가 더더욱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