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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PCE 물가와 파월 FOMC 금리인하 … 래리 서머스의 경고 "뉴욕증시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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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PCE 물가와 파월 FOMC 금리인하 … 래리 서머스의 경고 "뉴욕증시 거품"

제롬파월 연준 FOMC  의장 이미지 확대보기
제롬파월 연준 FOMC 의장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꾸려가는 이른바 바이든 경제팀의 수장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다. 인플레법과 반도체 칩스법 등의 산업정책은 물론 재정·금융 정책 등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는 재닛 옐런의 작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부터 재닛 옐런을 경제팀장으로 꼽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제칠 때까지만 해도 경제정책과 관련해 바이든이 가장 믿고 의지하던 인물은 단연 래리 서머스였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으로 미국 경제의 부활을 주도해온 인물이 바로 래리 서머스다. 서머스는 이후 하버드대 총장까지 거친 거물이다. 서머스는 아주 자연스럽게 바이든 정부의 첫 재무장관 물망에 올랐다.

서머스의 성차별 발언이 막판에 발목을 잡았다. 하버드대 총장이던 서머스는 한 인터뷰에서 2006년 여성 인재가 적은 이유를 묻는 말에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성별에서 오는 차이가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학업 성적을 보이는 여성이 적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 발언은 하버드에서 성차별과 여성 모욕 논쟁을 낳았다. 서머스는 그 발언에 책임을 지고 하버드대 총장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바이든이 2001년 내각을 구성할 때 당시 발언이 다시 한번 회자되면서 서머스는 최종 단계에서 결국 낙마했다. 서머스의 대안으로 발탁된 인물이 바로 지금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이다.
성차별 발언으로 재무장관 후보에서 밀려났지만 바이든의 서머스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 미국 경제학계에서 영향력도 대단하다. 지금 살아있는 경제학자 중에서 단연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경제학자로는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약관 28세에 하버드대 역사상 최연소 종신교수가 됐다. 40세 이하 최고 경제학자에게 주는 클라크 메달을 38세에 받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는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하버드대 총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바로 이때 부통령이 바이든이었다.

래리 서머스는 1954년 유대인 경제학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교수, 어머니는 와튼스쿨 경제학 교수였다. 최고 경제학자의 DNA를 갖고 태어난 셈이다. 부모뿐만 아니다. 삼촌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MIT대 교수였던 폴 새뮤얼슨이다. 외삼촌 역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 스탠퍼드대 교수였다. 서머스는 어렸을 때부터 식탁에서 친척들의 열띤 경제학 토론을 지켜보며 자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하버드대 박사 과정 지도교수가 바로 서머스다. 서머스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 세계은행 수석 분석관과 재무부 차관, 부장관을 거쳐 장관으로 승진했다.
당대 최고의 경제석학인 서머스가 느닷없이 제롬 파월 연준 FOMC 의장을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서머스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의 건전한 상태를 고려할 때 연준의 행보가 당황스럽다며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한 느낌이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바로 그 전날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수치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머스는 파월의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연준의 중립 정책 금리에 대한 이해에 결함이 있다"고 성토했다. 통화정책의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머스는 이전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조하며 연준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준의 장기 금리 전망치가 2.5%에서 2.6%로 소폭 조정됐음에도 서머스는 여전히 4%에 가까운 장기 중립 금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머스는 2021년 6월에도 연준 FOMC를 비판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통화 살포로 물가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서머스는 당시 연준 판단이 틀렸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기간의 경기부양책 덕분에 쌓인 국민들의 초과 저축이 곧 바닥을 보이면서 경제가 순식간에 급락하는 ‘에어포켓’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서머스의 예언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만약 당시에 파월이 서머스의 충고를 바로 받아들였다면 그 이후의 물가 폭등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국제통화기금(IMF)·국제결제은행(BIS) 등에서도 성급한 피벗(정책 전환)을 경계하고 나섰다. IMF는 최근 발표한 ‘백 번의 인플레이션 충격: 7가지 정형화된 사실(One Hundred Inflation Shocks: Seven Stylized Facts)’에서 1970년 이후 주요 56개국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가운데 5년 이내에 해결된 사례는 10건 중 6건에 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물가 잡기에 실패한 대부분은 ‘성급한 승리 선언(premature celebration)’ 때문이라는 사실도 찾아냈다. 중앙은행들 입장에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하더라도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머스는 파월 의장이 1970년대의 아서 번즈 의장 때처럼 물가 반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972년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듬해부터 상승 속도가 빨라지더니 1974년 마지막 달에 12.3%까지 치솟았다. 당시 미국 연준 의장은 아서 번즈였다. 그는 물가를 잡는다며 기준금리를 13%까지 높였다. 번즈는 그러나 디스인플레이션이 제대로 확인되기도 전에 성급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통화정책이 굴복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이후 미국 물가는 다시 치솟았고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 번즈는 1970~1978년 연준 의장을 지냈다.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막대한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금값이 1온스당 35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치솟자 급기야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게 된다. 1차 오일쇼크까지 겹치자 1974년 말 인플레이션은 12%를 넘어서게 됐다.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그로 인한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거세지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1975년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임금과 물가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1976년 물가는 다시 폭등하게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 6월 FOMC에서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금리인하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문제는 거시경제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다시 물가가 폭등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이 우려되는 이유다. 래리 서머스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