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략 10여 년 전, 한국 자동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애초부터 불모지였던 수입차 시장이 커졌다. 점유율은 급성장했다. 어느 순간 일본의 수입차 점유율도 뛰어넘었다. 지금은 16%에 이른다. 아무나 못 타던 벤츠가 경차보다 더 많이 팔리는 시대다. 다시, 그땐 국산차끼리 경쟁도 치열했다. 후발 주자로 뛰어든 삼성자동차(르노코리아 전신)를 비롯해 대우자동차(한국지엠 전신), 쌍용자동차(KG 모빌리티 전신)이 현대차·기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 매력적인 신차 경쟁을 했다. 수입·토종을 불문하고 메이커들은 그만큼 언론에 진심을 다했다. 행사를 한 번 치르면 거대하고 위대하게 준비했다. 얼마 전 중국 모터쇼에서 경험했던 장엄함과도 감히 비교해본다. 그에 비해 기자들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자동차 시장만큼은 더. 결국 많지 않은 기자들의 명함을 차지하기 위해 메이커들은 기꺼이 고개를 숙였다. 행사들은 쏟아졌고 기자들은 골라서 취재를 했다.
하지만 입장이 바뀌었다. 이제는 회사들이 너무 많아진 기자들을 추려낸다. 김영란법, 코로나가 좋은 빌미가 됐다. 기념품을 주던 선물은 조심스럽게 가격을 낮추고, 행사 참석자들은 추첨을 통해 선별한다. 계급을 구분하는 선은 더 분명해졌다. 조중동매한과 같은 주요 매체들은 1티어, 경제지나 방송 및 통신사 등은 2티어, 온라인 매체들은 3티어 정도 될까? 너무 많다. 미디어도 인정하는 바다. 우후죽순 생긴 매체의 삼류 기자들은 초청장을 받지도 못하니 추첨이 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불공정한 추첨 방식이라는 불만도 한쪽에서 터져나온다. 물론 엑셀을 통한 무작위 추첨이라고는 하지만, 추첨은 평소에 우호적이고 공공에 위험이 덜한 기자들이 우선 선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게는 한두 명, 많게는 열댓 명씩 데리고 가던 해외 출장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잠실역 8번 출구 앞 '로또 명당'처럼 '통계학적 미신' 이론이 작동한다. 추첨에도 '기호'가 따른다는 기이한 현상이다.
3억 원 넘는 차를 파는 한 수입 브랜드는 시승차를 빌려주고 렌터카처럼 기름을 다 채워오라고 하더라. 사실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이유일 것이다. 아니면 고급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일 수도 있고 말이다. 분명 합당한 일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먹고살기에 빠듯한 박봉의 기자들에게는 아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런 불합리의 원인 제공은 분명 미디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모두가 지금 좀 더 먹고살기 좋아졌냐는 거다. 좋아진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