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고의 80%에 해당하는 액수다.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를 현금 지출하면 1997년 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외환보유고에는 외국자본의 한국 투자 액수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한국의 적정 외화보유액 수준을 8000억 달러로 설정할 정도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통화스와프 요청을 선뜻 응하기도 힘들다. 통화스와프 제도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고유업무인 데다 유동성 위기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의 통화스와프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기축통화국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셈이다. 한국의 자본시장 신인도를 올리는 데는 그만이다.
하지만 통화스와프 제도가 가진 한계는 분명하다. 연준의 통화스와프는 달러 유동성 위기상황에서 금융기관과 기업의 결제자금을 공급하는 장치다. 단기간 빌려주는 자금인 만큼 장기 투자에 활용할 수도 없다.
미국이 일본은행에 제공하는 상성 통화스와프의 만기는 7일 또는 84일에 불과하다. 통화스와프를 해준다고 해도 3500억 달러의 투자에 따른 환율상승과 외환위기를 피하기도 힘들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다. 최근 원 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까지 무너뜨린 상태다.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등장한 관세인상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국제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한국으로서는 스스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일본과의 스와프 확장이나 인도와 아세안과의 통화협력 강화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