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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한 ‘서초구’ 전셋값 “한달만에 5000만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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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한 ‘서초구’ 전셋값 “한달만에 5000만원 올랐다”

[2015수도권전세대란②]재건축으로 1800세대 아파트 한꺼번에 이주...반포 및 서초동 일대 전셋값 고공행진

▲재건축으로인해오는3월이주가시작될신반포5차
▲재건축으로인해오는3월이주가시작될신반포5차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집 구하셨어요?”

오는 3월 재건축 이주가 시작될 잠원지구 신반포 5차아파트 입구에서 단지 주민들로 보이는 3명의 아주머니들이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4억에 40만원 반전세를 얼마전 어렵게 구했다”고 하니 다른 한켠의 아주머니가 “어떻게 그 가격에 구했냐”고 물으며 “그보다 높은 매물도 부동산에선 나갔다던데...”라며 부러워했다. 이 아주머니들에 따르면, “요즘은 ‘안녕하세요’로 인사를 안하고 ‘집 구하셨어요’로 인사를 한다”고 한다.
올 들어 재건축 이주수요가 겹친 서울 서초구 반포 및 잠원 일대에선 전세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미 일부 반전세 매물을 제외하고는 전세매물이 사라져 주인이 부르는 값이 그날그날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반포 한양아파트 372세대와 서초 삼호가든 4차아파트 414세대가 이달부터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가 본격 시작됐고, 서초 한양아파트 456세대가 오는 16일부터, 신반포 5차아파트 555세대는 3월부터 각각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조금씩 시차가 있긴 하지만 서초주변 일대는 한꺼번에 1800세대가 움직이는 셈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초구는 지난주 전셋값이 전주보다 0.57% 상승, 강동구(0.29%↑)와 서대문구(0.27%↑) 등을 제치고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포 한양아파트 인근의 A중개업자는 “1월 한 달간 신반포 4차아파트 35평을 기준으로 전셋값이 5000만 원가량 올랐다”며 “주인들이 월셋값을 너무 올리는 바람에 월세거래는 활발하진 않은 편이지만, 전세매물이 워낙 귀하다보니 조금 괜찮다 싶은 물건들은 그날 나와 그날 계약된다”고 전했다.

반포 한양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는 주부 신 모씨(41세)는 “사실 세입자 입장에선 보증금 3억원대를 가지고 이 근처에서 아파트를 구하려면 반전세밖에 없다”며 “주인들이 웬만하면 보증금은 최대한 낮추고 월세만 높게 받으려고 해 부담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울며 겨자먹기로 인근 사당동과 강 건너 옥수동까지 알아봤지만, 여기가 워낙 전세매물이 없다는 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그곳에서도 괜찮은 매물들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현재재건축이주중인서초구반포한양아파트
▲현재재건축이주중인서초구반포한양아파트


반포 한양아파트에서 100미터 가량 떨어진 신반포 5차아파트 주변 중개업소에서도 3월 이주를 앞두고 전세매물이 부족한건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매물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인근의 B중개업자는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수요뿐만 아니라 봄 이사철과 신혼부부들도 본격 집을 구하기 시작하면서 전세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인근 한신 6차도 여름이후 이주가 시작될 거라는 얘기가 돌면서 부동산끼리도 전세매물이 나오면 우르르 달려들어 전화가 불통이 난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에서 상담중인 김 모씨(53세)는 “이곳을 기준으로 사방의 전셋값이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얼마 전엔 신기하게도 아침에 6억원에 나온 전세물건이 오후에 6억5000만원으로 올랐는데도 거래가 됐다는 얘기까지 들었을 정도”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30평형대 ‘래미안 퍼스티지’와 ‘GS자이’ 전셋값도 작년대비 1억원까지 상승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초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최고가 아파트 ‘래미안 퍼스티지’와 ‘GS자이’의 전셋값도 동반 상승중이다. 30평대 로얄동을 기준으로 현재 10억5000만~11억원까지 치솟았다. 작년에 비해 5000만~1억원까지 상승한 셈이다.

GS자이 주변 C중개업자는 “여기도 기존 세입자들이 대부분 무리를 해서라도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매물 찾기가 쉽지는 않다”며 “간혹 주인들이 반전세로 전환하고자 하는 물건들이 나오는 편인데 35평의 경우 보증금 3억원에 월세가 300만원까지 오르다보니 거래가 쉽지는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매매값이나 전셋값 모두 래미안 퍼스티지보다 자이가 다소 저렴한 편이었는데, 올 들어선 자이도 35평기준 상가동과 가까운 집들은 래미안 퍼스티지와 전셋값이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GS자이에서 200미터 정도만 북쪽으로 이동하면 서초 삼호가든 4차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인해 현재 한창 이주 중이고, 다시 위로 150미터 정도 이동하면 서초 한양아파트가 오는 16일부터 본격 이주를 개시할 예정이다. 주변 중개업소마다 삼풍이나 미도, 서초 래미안 등 인근 아파트들의 반전세 매물을 전면에 내걸고 홍보경쟁이 치열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상담해보면 적당한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삼풍아파트 인근의 D중개업자는 “이 주변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반반정도의 비율로 살고 있는데 초중고 학생들을 둔 학부모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다른 지역으로 잘 떠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전세매물이 더 부족하다”며 “2010년 입주를 시작한 삼호가든 1~2차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 래미안 리체의 경우 전셋값이 작년보다 1억원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평대 리체의 전셋값은 이제 래미안 퍼스티지나 GS자이와 비슷한 7억5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와 있다”며 “아직까지 매매값은 이들 아파트보다 1억원가량 싸지만 전셋값은 시간이 갈수록 비슷해지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초 한양아파트 인근의 E중개업자도 “80년대 미도아파트가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삼풍이나 서초 래미안 등보다 전셋값이 8000만 원정도 저렴했는데 요즘엔 재건축 이주와 학교문제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미도아파트는 특히 학군수요 때문에 매매값도 최근 3000만 원가량 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10년 이상 지난 허름한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가면 주인이 도배나 장판 등을 해주는 게 관례였는데 요즘은 물건이 없다보니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도 도배나 장판 등을 해주지 않는 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건축으로인해현재한창이주중인서초삼호가든4차아파트
▲재건축으로인해현재한창이주중인서초삼호가든4차아파트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초구 내에서 전셋값 상승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중인 단지 외에도 올해 안에 추가적으로 이주할 단지들이 일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시가 재건축 이주수요를 분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초나 잠원 등은 기본적으로 재건축 이주영향이 있어 전셋값이 오른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외에도 예전에는 전셋값이 오르면 돈을 조금 더 보태 매매를 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요즘 많이 떨어지면서 집을 잘 안 사는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재건축 이주수요를 서울시가 분산한다는 계획은 전셋값 상승을 막기 위한 한 정책일 순 있겠지만 사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조합이 몇 년 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단계적으로 진행한 것을 어떤 구실로 막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은진 부동산 114 연구원은 “현재 같은 시기에 재건축 이주중인 강동 고덕지구와 달리 서초구 주변에선 인근에 빌라나 다세대 등이 많이 부족해 거의 아파트 쪽으로만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주수요가 어느 정도 끝나기 전까지는 전셋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관리처분 인가가 나기 전까지는 서울시가 조합들과 이주시기를 조율할 여지가 어느 정도 생기지만, 현재 이주중인 단지처럼 관리처분 인가 후에는 이주시기를 조율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도 “서초구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주변 강남구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는 형국”이라며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3법 등이 통과되면서 일부 매매수요로 갈아타는 수요도 포착되긴 하지만 아직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