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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고금리 영구채?…금리인상기엔 손실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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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영구채?…금리인상기엔 손실 가중

바젤 Ⅲ 도입으로 스텝업 금지…투자자에 불리요소
[글로벌이코노믹=이성규 기자] 영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영구채는 채권이 아닌 자본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 채권에 비해 표면금리가 높기 때문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영구채는 금리인상 시 가장 취약한 구조를 지니게 됐다. 이로 인해 상대적 고수익이라는 점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위험성은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위기 발생 시 영구채는 모든 금융자산 중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어 또 다른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가 7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영구채 투자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영구채는 지난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최초로 영구채를 발행한 이후 은행들과 포스코, SK텔레콤 등 국내 여러 기업에서 발행했다.
영구채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을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이다. 구분상 채권이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상 주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본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빌리고도 자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어 재무구조개선에 긍정적이다.

따라서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자본수요 의지가 강해 기업들의 영구채 발행 증가 추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방만 경영으로 지적받고 있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정부의 부채감축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영구채는 후순위채에 속해 일반 채권대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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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구채 투자에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바젤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바젤도입으로 영구채 투자자에게 불리한 요건이 생겼다. 바로 스텝업(step-up) 금지다. 스텝업이란 금리인상 시 시장금리가 인상하는 만큼 1% 이내에서 채권의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조항이다. 시장금리가 변동해서 금리를 인상할 수 없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조항으로 인해 금융투자업계는 영구채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이 나타나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스텝업이 금지돼 투자 메리트가 보이지 않는다향후 금리인상 전망이 우세해 이에 대한 이익 수취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해당 기업에 대한 경영개선 명령 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위험 요소도 존재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한 회계상 평가손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금리인상 시기에 영구채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다. 특히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장기화될수록 투자자입장에서는 금리인상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오동석 이트레이드증권 채권투자전략팀 수석연구원은 기업의 자본 건전성과 시장금리대비 높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기업과 투자자 양쪽 모두에 긍정적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이 현재의 1~2%를 수익을 더 얻기 위해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상대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말했다.

또한 금리인상 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영구채다라고 경고했다.

바젤이후 영구채는 금리인상에 대한 혜택이 전혀 없어 금리인상이 시작될 경우 매도대상 1순위다. 금리 상승 시 채권가격은 반대로 하락하기 때문에 일반 채권 또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영구채는 이보다 후순위에 있기에 그 충격은 더 크다.

또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위험 충격을 수용하는 주식시장은 폭락을 한다. 이는 영구채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주식의 경우 기업의 이익이 성장하면 배당금과 해당 주가가 상승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영구채의 경우 이와 같은 이익도 누릴 수 없다.

영구채가 유일하게 다른 투자자산대비 이익을 볼 수 있는 경우는 금리가 하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저금리 현상으로 금리가 추가적으로 하락할만한 공간은 없다. 금리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영구채의 발행이 증가하면 할수록 수익제한으로 인하 매도공세는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영구채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신규로 발행되는 영구채 투자는 투자자들이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금리상승을 우려한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영구채를 많이 발행한 것도 이러한 점을 미린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