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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사모펀드 해부①] 약(藥)인가 독(毒)인가… 55조원 굴리는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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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사모펀드 해부①] 약(藥)인가 독(毒)인가… 55조원 굴리는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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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돈은 돈을 낳고 욕심은 욕심을 낳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사모펀드(PEF)가 이제는 국민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8월말 현재 국내 PEF 시장 규모는 약정액 기준으로 55조원을 넘어섰다. 이 돈이면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어느 기업이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국내 시가총액 2위의 현대자동차는 34조원 안팎으로 오르내리고 있어 현대자동차 주식 100%사고도 21조원이 남는다.

삼성전자 또한 시가총액 164조원 규모로 이제는 사모펀드가 얼마든지 삼성전자도 탐낼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

기업 M&A(인수합병)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규모다. 증시주변자금 지표인 고객예탁금 수준은 21조원 안팎으로 사모펀드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식시장도 뒤흔들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사모펀드는 지난 2004년 사모투자전문회사 제도가 법제화된 이후 불과 10년여만에 150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PEF 수는 296여개로 늘어났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비공개로 자산을 운용한다.

통상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하여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하지만 지금은 공격적인 운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모펀드가 돈을 벌어들인다는 입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사모펀드는 큰 손 전주(錢主)를 끌어들이느라 혈안이 돼 있다.

국내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9월 7일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테스코로부터 사들였다.

외신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10억달러 규모에 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지 채 일주일도 안돼 테스코와 홈플러스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했다. 10억달러 규모의 M&A가 기업실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매매되기는 전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다.

몰리는 돈과 국민연금과 같은 큰 물주를 잡을 수 있는 사모펀드는 더 이상 국민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사모펀드는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벤츠가 되어가고 있다. 그 누구도 브레이크를 잡아줄 수가 없게 됐다.

자동차가 오르막길을 달릴 때에는 브레이크가 고장나 있어도 응급조치가 가능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대형 참사가 불가피하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대성 기자 kimds@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