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 신한투자 · NH투자 STO컨소시엄 구성 협약

추석 전후로 은행은 물론 같은 업종인 증권사와도 합종연횡하면서 토큰증권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토큰증권 도입으로 증권사들은 기존 브로커리지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바꾸고 수익원 다각화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케 된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정부에서도 STO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 STO 시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물론 투자은행(IB), 신탁, 운용, 자산관리(WM) 각 부문에 걸쳐 증권사에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토큰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s)의 제도화를 앞두고 회사간 연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은 STO 시장 선점이란 공통된 목표 아래 업권 내 경쟁사들과도 손 잡는 소위,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 특히 금융지주계열의 중권사들은 지주내 계열사와의 합작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26일에는 KB증권을 비롯해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여의도 파크원 NH투자증권 본사에 모여 '토큰증권 증권사 컨소시엄 구성'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을 비롯해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 3사의 CEO들까지 참석했다.
이날 STO 시장 개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이들 3사는 컨소시엄을 통해서 △토큰증권 공동 인프라 구축 및 분산원장 검증 △토큰증권 정책 공동 대응 및 업계 표준 정립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서비스 시너지 사업 모델 발굴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게 되면 토큰증권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아울러 다양한 기초자산을 보유한 발행사도 대량 확보하게 돼 상품 발행과 유통도 수월해진다.
이들 3사는 그동안 각자 전담 조직을 만들고 회사내 협의체(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등 각개전투를 벌여왔었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부터 꾸려온 전담 조직이 토큰증권 발행·유통 시스템을 개발·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12개사로 구성된 'ST 오너스'도 구성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는 50개사로 구성된 'STO얼라이언스'를 주도하면서 'PoC(Proof of Concept·개념검증)'를 통해 토큰증권 발행부터 유통까지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작년 말에는 이지스자산운용, 에이판다와 함께 만든 신탁수익증권 거래플랫폼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NH투자증권 역시 20여개의 조각투자사업자, 기초자산평가업체 등이 포함된 토큰증권 협의체 'STO비전그룹'을 꾸려왔다. 지난 8월에는 발행부터 청산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지원하는 투자계약증권 All-in-One서비스도 선보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각 사가 지금껏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합종연횡아래 시너지를 한층 높일 방침이다.
3사가 이번에 만든 컨소시엄은 타 금융사까지 협력이 확장된다. 컨소시엄 측은 “3개 증권사의 협력은 토큰증권 시장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향후에도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열어 한국 금융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큰증권 시장에선 주로 유통 플랫폼을 담당하는 증권사와 발행사인 조각투자 기업, 블록체인 업체간의 협의체가 구축됐다.
증권업계가 은행과 손을 잡는 사례도 있었지만 같은 업권인 증권사들과의 협업 움직임은 미미했다. 각 증권사가 사업을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온 탓이다.
하지만, 토큰증권 시장이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자, 이 시장에서 승기 잡으려는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증권사들은 힘을 합쳐 부담을 덜어보는 쪽으로 선회하게 됐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유리한 구도를 먼저 차지하고 공동망 구축등으로 비용 절감도 함께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금융권일각에선 은행권에서 만든 은행중심 협의체 등장도 증권업계에 자극제가 됐다고 본다. 지난 4월 NH농협은행이 중심이된 은행권 STO 컨소시엄에는 수협·전북은행에 이어 IBK기업·신한·우리은행·KB국민은행까지 참여했다. 이에 뒤질세라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하나금융그룹·SK텔레콤과 토큰증권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양한 기술 협력을 추진했다. 삼성증권도 8월 말 SK증권·우리은행과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미 이때부터 업권 간 경계선도 허물어졌다.
금융당국은 STO 발행과 유통을 맡는 사업자간 분리를 강조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향후 유통시장에선 증권사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발행과 유통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협의체 구성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심수빈 KB증권 연구원은 “발행과 유통의 분리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각각의 주체들은 시장 초기 단계에서 사업의 중점을 어디에 둘 지 선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당국 규제의 불확실성이 좀 더 완화돼야만 증권사들의 추가적 협의체 구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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