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8 11:04
봄비 오는 날, 선릉을 찾았다. 강남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래전부터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선릉역을 지나칠 때마다 불쑥 지상으로 올라와 찾아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그곳을 찾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2016년 제16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정용준의 소설 ‘선릉 산책’을 읽은 뒤였을 것이다. 소설의 내용은 제목처럼 선릉을 산책하며 자폐증을 지닌 청년을 돌보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가장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폐증을 지닌 한두운이 선릉 숲의 나무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닫혀 있던 주인공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는 장면이다. 숲길로 들어서자2020.03.11 09:18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마트와 약국 앞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은 장사진을 이루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문 밖 출입도 눈치가 보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가능하면 외출도 자제하고 모임도 미루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세상은 더욱 삭막해진 느낌이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꽤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확산으로 감염에 대한 공포로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제일 두려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온종일 집 안에만 머물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가까운 산을 찾아 숲길을 걷는다. 사람들의 거2020.03.04 10:29
매일 아침, 내가 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창문에 드리워진 블라인드를 걷는 일이다. 그리고는 마치 친한 벗이라도 되는 듯 나의 창을 기웃거리는 도봉산과 아침 인사를 나눈다. 때로는 우연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부신 아침햇살을 받은 선풍도골(仙風道骨)의 상아빛 화강암 봉우리가 은빛으로 반짝 빛날 때면 까닭 모를 설렘으로 열일곱 소년처럼 가슴이 마구 뛰곤 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 요즘은 시내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숲을 찾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되레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숲길을 걷다 보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언뜻언뜻 눈에2020.02.26 10:30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뒤숭숭하다. 거리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고 마스크는 어느새 외출할 때 필수품이 되었다. 수상한 세월 속에서도 입춘이 지나고 우수도 지났다. 이제 곧 겨울이 물러가고 누리엔 어김없이 봄이 찾아올 것이다. 그 봄의 기운을 일찍 느껴보려 서둘러 산을 찾았다. 산길 들머리에 있는 전형필 가옥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항시 개방되어 있어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한 번씩 둘러보던 곳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을 걸어 잠근 모양이다.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되어 다시 문이 열리길 마음속으로 빌며 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숲은 여전히 겨울빛을 간직한 채 침2020.02.19 13:38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고 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다음 날,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남한산성을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은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숲과 누비길이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산성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성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남문으로 불리는 지화문을 향해 걸었다. 도로 위 한편으로 야자수 섬유 멍석이 깔려서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런데도 일행 모두가 숲 해설가이다 보니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 걷는 속도는 마냥 늘어진다. 산길 어디선가 복수초나 봄2020.02.12 09:29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거리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오가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휴일 아침, 사람들의 거리를 떠나 숲을 향해 걸었다. 아침 공기가 제법 싸하다. 지붕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 골목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가랑잎 위로 청설모 한 마리가 갈참나무 위로 줄행랑을 쳤다. 요 며칠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던 개울물은 다시 얼어붙어 고요하고 마른 가랑잎엔 서리가 하얗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각각의 계절에 충실한 삶을 살아라. 그 계절만이 줄 수 있는 공기, 물, 과일을 음미하며 대지의 기2020.02.05 13:00
일상의 따분함을 떨쳐내는 데엔 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다. 여행은 익숙한 것을 떠나 낯선 세상과 만나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낯섦은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반하여 느슨해진 삶의 끈을 팽팽하게 하여 적당히 우리를 긴장시키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따뜻한 날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겨울이 겨울다움을 잃어버려 눈 구경 한 번 못하고 이대로 봄을 맞이해야 할 것만 같아 서둘러 덕유산으로 눈꽃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인 덕유산(德裕山)은 이름처럼 덕이 많고 넉넉한 산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어머니의 산이다. 굳이 그 의미를 생각지 않더라도 덕유산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는 넓고 깊은 산2020.01.29 10:47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마을 뒤 선산에 올라 성묘를 했다. 내 고향 동리의 옛 이름은 수곡(樹谷), 순 우리말로 나무골이다. 좌우로 순하게 흘러내린 산자락이 삼태기 형국을 이루며 삼십여 호 되는 지붕 낮은 집들을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산마을이다. 문 밖만 나서면 마을의 모든 길이 산자락으로 이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성묘 가는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경쾌해진다. 딱히 명절이 아니라도 나는 고향에 내려오면 시간을 쪼개어 마을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르곤 한다. 그때마다 자주 찾는 숲이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누이동생과 함께 심은 이깔나무 숲이다. 그 숲에서 떠올리는2020.01.22 09:44
모처럼 미세먼지도 사라지고 쨍한 하늘이다. 햇살이 설핏 기운 오후, 산책을 나섰다. 옷섶을 파고드는 바람 끝이 제법 맵다.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조금만 기온이 내려가도 몸이 부쩍 추위를 탄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방학동의 은행나무가 있는 원당샘 공원까지 걸었다. 원당샘은 연산군묘 가까이에 있는 오래된 샘이다. 예전엔 약수터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으나 요즘은 수질이 좋지 않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원당샘을 찾은 것은 샘물을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다. 원담생 앞에 있는 방학동 은행나무를 보기 위함이다.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바람에 흩어지는 가을날이 가장 화려하지만, 잎2020.01.15 08:29
며칠째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눈길 한 번 걸어보지 못한 채 봄을 맞이해야만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설산의 풍경이 아쉽긴 하지만 숲을 거닐기엔 딱 좋은 날씨다. 집을 나서면 옷섶을 헤집는 찬바람이 성가시긴 해도 조금 걷다 보면 알맞게 몸이 더워져서 숲으로 가는 발걸음이 점점 경쾌해진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덕분에 우리는 너무도 쉽게 산과 만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숲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일상이 권태롭거나 머릿속이 복잡하여 마음에 휴식이 필요해지면 곧잘 숲을 찾아 집을 나선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무료하던 일상이 다시 반짝이2020.01.08 12:43
숲으로 가는 길은 가깝고도 멀다. 지난여름 이사를 한 뒤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너머로 도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침대에 누워서도 산을 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자주 숲을 찾지 못했다. 눈길 닿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말이 진실이라면 물리적으로는 가까이에 있으나 숲은 늘 마음 밖에 머물러 멀리 있었던 셈이다. 겨울엔 꽃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숲으로 가는 길에 스스로 마음에 바리케이드를 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숲엔 꽃이 아니라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을 사로잡을 매혹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나의 소박한 새해 소망 중의 하나는 자주 숲을 찾아 숲과 좀 더 가까이 지2020.01.01 09:52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새로 선물 받은 삼백예순다섯 날에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담아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이 어떠하든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2년여에 걸쳐 이 지면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소개하는 동안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고 많이 행복했다. 내가 소개한 꽃을 보고 어떤 이는 그동안 무심했던 야생화에 부쩍 관심을 두기 시작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초록별 지구를 지켜온 그 중심에 꽃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자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을 수도 있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여기에 소개되는 꽃들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팍팍하던 마음이 촉촉해지고 향기로워졌다면 그2019.12.25 10:21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세모의 끝에 서면 늘 보람된 일보다는 후회되는 일이 더 많다. 최선을 다해 살고자 노력했으나 돌아보면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도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일주일에 한 편씩 이 지면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소개한 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숲 해설가 국가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숲 해설가는 꽃만이 아니라 숲의 모든 것을 소개하고 사람들을 숲으로 안내하는 사람이니 내게 딱 어울리는 일이기도하다. 숲 해설가에게 꽃이 사라진 겨울은 눈이 없는 크리스마스와 같다. 하지만 꽃을 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숲에 관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며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엔 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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