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4 11:38
"빅토리아 연꽃 보러 가시죠." 지인으로부터 두물머리의 세미원으로 '밤의 여왕'으로 불리는 빅토리아 연꽃의 대관식을 보러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밤 10시에 야간개장이 끝난 뒤 특별히 30명에 한해서만 입장을 허락한다고 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마고 했다. 꽃을 좋아하면서도 그동안 빅토리아 연꽃의 대관식을 볼 기회가 없었다. 빅토리아 연꽃은 어디서나 볼 수 없는 귀한 꽃인데다 밤에만 피기 때문에 개화시기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드디어 빅토리아 연꽃을 보러가는 날, 마음 한 구석에 일말의 걱정 아닌 걱정이 생겼다. 얼마 전에 그곳에 갔을 때 연지에 쟁반 같은 빅토리아 연잎만 떠 있2019.08.07 13:56
쨍한 여름 한낮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나리꽃 위를 날고 있는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나비의 우아한 비행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무더위도 깜빡 잊어버릴 만큼 황홀하고 신비롭다. 흔히 남녀 간의 사랑을 ‘꽃과 나비’로 표현한다. 하지만 꽃은 나비를 사랑하지 않고, 나비 또한 꽃을 좋아하기는 해도 사랑하지는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꽃은 자신의 사랑을 이루는 데 도우미 역할을 할 나비가 필요하고, 나비는 꿀을 간직한 꽃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런데도 남녀 간의 사랑에 ‘꽃과 나비’를 끌어들인 것은 다투거나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법 없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2019.07.17 16:52
수련 지는 법을 아세요? 여름 연못의 수련을 볼 때마다 나는 오래전 지인으로부터 받았던 이 질문을 떠올리곤 쓴웃음을 짓곤 한다. 그땐 꽃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므로 지인이 들려주는 수련 지는 법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때문이다. 수련은 여느 꽃들처럼 몇 날을 두고 꽃비를 뿌려대거나 꽃숭어리 뚝뚝 떨어져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지 않는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가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혹은 마음 비운 사이’ 천천히 물속으로 잠겨서 고요히 자취를 감춘다. 수련은 수련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로 물밑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가는 줄기를 뻗어 물 위에 잎을 펼치고 어여쁜2019.07.03 10:35
백두대간 수목원이 있는 경북 봉화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른 봄부터 여름에 이르도록 이어진 산림교육전문가 과정을 마친 동기들과 함께 떠난 숲 여행이었다. 일찍이 세계적인 돌고래 활동가인 릭 오베리는 "수족관에서 돌고래를 관찰하며 돌고래를 배운다는 것은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를 보고 쥐의 생태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직접 숲으로 가서 숲을 오감으로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식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백두대간 수목원이 있는 봉화는 숲 공부를 막 마친 우리에겐 최적의 여행지였다. 수목원 인근에서 1박을 하고 개장 시2019.06.26 14:29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비가 잦은 요즘이다. 태양을 능멸하듯 당당하게 담장을 타고 오르던 능소화가 비에 젖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것을 보면 중국 명나라 때 문명이 높았던 원굉도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꽃을 보는 데에도 어울리는 때와 장소가 있다고 했다. 만약 이를 가리지 않고 꽃을 보면 신기가 흩어져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고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날씨와 장소를 가려가며 꽃을 보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여름 꽃은 비 온 뒤에 선들바람 불어올 때 좋은 나무그늘 아래나 대나무 그늘, 물가의 누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제격’이란 말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름이면 연꽃방죽을 즐겨 찾는다. 비 오는 날 연잎에 듣는2019.06.19 10:10
숲해설가가 되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골목을 돌아 나오는데 한순간 붉은빛이 눈에 어른거렸다. 나도 모르게 그 붉은빛에 이끌려 나무 곁으로 다가섰더니 붉은빛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석류꽃이었다. 마치 붉은 주머니를 끈으로 동여맨 듯한 꽃자루 끝에 리본을 풀어 놓은 듯 펼쳐진 꽃잎과 소담스러운 노란색의 꽃술하며 중세 유럽의 왕관을 닮은 꽃받침까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석류꽃이 피면 바야흐로 본격적인 여름이다. 하루가 다르게 태양은 뜨거워지고 강렬히 내리쬐는 햇빛을 받은 녹음은 더욱더 짙어져 여름의 중심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는 중이다. 이른 봄에 숲해설가 공부를 시작했으니 과정2019.06.12 11:44
밤꽃이 피었다. 한낮의 후끈한 바람에 실려 오는 알싸한 밤꽃 향기에 어질머리가 일 지경이다. 밤꽃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유월에 핀다. 멀리서 바라보면 나무 전체가 눈을 뒤집어 쓴 듯 온통 하얗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연한 연둣빛이 도는 흰색의 굵은 털실을 묶어 놓은 듯한 밤꽃은 그리 매력적인 꽃은 아니다. 향기는 문을 열게 하고 냄새는 코를 막게 한다는 세간의 떠도는 말을 빌리자면 밤꽃 향기는 오히려 냄새 쪽에 가까울 만큼 짙고 독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나무 중에 하나다. 어렸을 적 내 고향은 밤나무골로 불렸을 만큼 유독 밤나무가 많았다. 가을이면 장대를 메고 아버2019.06.06 11:12
유월의 첫 휴일, 아침 산책길에 소공원을 지나다가 그윽한 향기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었다. 내게 향기로 말을 걸어온 것은 다름 아닌 쥐똥나무였다. 초록의 잎 사이로 자잘한 흰 꽃송이들을 내어달고 향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자잘한 꽃들이지만 그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는 소공원의 허공을 넉넉히 채울 만큼 짙고도 그윽하다. 녹음 짙은 여름철에 피어나는 꽃 중엔 유독 흰색 꽃이 많다. 그것은 허투루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식물들의 전략이라고 한다. 흰색의 꽃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대부분 향기가 강해서 온갖 악취들을 중화시킬 뿐 아니라 꿀을 많이 머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꿀의 대부분2019.05.29 13:25
산딸나무 가지가 환하다. 가지 가득 순백의 꽃들을 내어단 산딸나무를 보면 마치 한 무리의 나비 떼가 내려앉은 것만 같다. 봄과 여름이 갈마드는 환절의 길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산딸나무 꽃을 보면 마음마저 환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녹음이 짙어질수록 산딸나무를 비롯하여 흰 꽃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오랜 세월 진화해 온 식물들의 전략이다. 잎이 피기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봄꽃들은 꽃을 피우는데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진한다. 봄꽃 중에 노란 색의 꽃이 많은 것도 수분을 도와 줄 곤충들을 효과적으로 유인하여 빨리 씨앗을 맺기 위함이다. 반면에 녹음 짙은 여름엔 유독 흰 꽃이 많은데 이는 흰색이 초록 숲과 대2019.05.22 16:34
오월의 숲은 소란스럽다. 짝을 찾는 새들의 세레나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꿀을 찾는 벌들의 비행음으로 숲은 잠시도 고요할 틈이 없다. 초록그늘이 짙어질수록 생명의 환희로 넘쳐난다. 꽃은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한 번 때를 놓치면 다음해나 되어야 볼 수 있는 게 꽃이다. 그까짓 꽃 하나쯤 못 본들 어떠냐고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숲에 와서 꽃을 못 본다면 극장에 왔다가 영화를 보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생생한 기운이 넘쳐나는 오월의 숲을 찾는 사람이라면 고요를 택하는 대신 새로이 피어나는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해볼 일이다. 제법 오랫동안 꽃을 보아왔음에도 세상엔 여전히 아는 꽃보2019.05.16 10:58
일 년 중 햇빛이 가장 아름다운 오월이다. 투명한 햇빛은 누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따사로운 햇빛을 받은 신록은 시시각각 생생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밖으로 불러낸다. 숙련된 정원사의 손길을 거친 정원의 화려한 꽃들도 아름답지만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야생의 숲에서 만나는 꽃들은 또 다른 멋을 자랑하며 우리를 반긴다. 요즘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자연스레 숲 그늘로 들어서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 중에 하나가 벌깨덩굴이다. 꿀풀과에 속하는 벌깨덩굴은 산속 숲 그늘에 많이 서식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얼핏 보면 꽃 모양이 꿀풀과 비슷하게 생겼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고 비교적 개화기간도 길어 오랫2019.05.10 08:40
오월의 숲은 의외로 분주하다. 막연히 도시의 소음이 싫어 고요를 즐기려 숲을 찾았다면 실망하기 딱 좋은 게 요즘이다. 생생한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오월의 숲은 생의 찬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신록 사이로 짝짓기를 하려는 새들의 부산한 날갯짓과 사랑의 세레나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날마다 새로 피어나는 꽃들 사이로는 나비나 벌, 딱정벌레 같은 작은 곤충들이 바삐 오가며 역시 짝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사랑이 넘쳐나는 오월의 숲에선 고요를 버리고 활기찬 생명의 설렘을 택할 일이다.결혼 시즌이기도 한 오월, 봄 숲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꽃 중에 하나가 족두리풀이다. 전통 혼례에서 신부가2019.04.30 14:15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숲의 변화가 꽃만큼이나 눈부신 요즘이다. 비 한 번 내릴 때마다 허룩해지던 벚나무를 지켜보던 안타까움도 잠시, 숲은 꽃 진 자리를 밀도 있게 초록으로 물들이며 의연하게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간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펼쳐 보이며 생기 넘치는 숲을 지켜보는 것도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각별한 즐거움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초록 일색인 듯해도 가까이 다가가면 숲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임의(林衣)'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숲의 옷'이란 뜻인데, 숲의 초입에 자라는 싸리나무나 칡넝쿨 같은, 나무라고 칭하기엔 변변치 않은 잡목들을 이르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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