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6 08:49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가 지났다. 박노해 시인은 동짓날을 일러 ‘차가운 어둠에 얼어붙은 태양이/ 활기를 되찾아 봄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했다. 이제 동지도 지났으니 낮은 조금씩 길어지고 태양은 활기를 되찾아 봄을 향하여 힘차게 걸음을 옮길 것이다. 봄볕이 따사로운 날, 들로 나서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바뀌어가는 산 빛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곳곳에 피어 있는 형형색색의 꽃들은 한시도 우리의 눈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꽃에 홀려 봄볕 속을 걷다보면 팍팍하던 세상살이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이 세상이 이 세상 같지 않고 마치 다른 세상에 초대받아 온 것 같은 착각이 일기2018.12.19 09:17
한겨울 하얗게 눈을 이고 선 동백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리다. 한겨울 맵찬 바닷바람에 시달리면서도 진록의 이파리 사이사이로 선혈처럼 붉은 꽃을 가득 달고 선 동백나무를 만나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어린 시절, 동백은 내겐 상상 속에서 피던 꽃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보았던 바다처럼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다가 처음 동백을 보았던 것은 성인이 된 뒤였다. 38선이 가까운 한수 이북에서 자란 탓에 주로 중부 이남의 바닷가에서 자라는 동백을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백은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소교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등에 자생하는 나무로 키는 약 15m까2018.12.12 09:22
전국을 꽁꽁 얼려 버린 북극발 한파가 며칠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한파가 이어지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자칫하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이럴 때 감기 예방에 좋은 차가 바로 맥문동차다. 맥문동에는 폐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어 감기를 예방해 줄 뿐만 아니라 청심환에도 들어갈 정도로 약효가 탁월하여 식물계의 허준이라 할만하다. 맥문동은 백합과에 속하는 상록성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그늘지고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탓에 숲속이나 화단의 그늘진 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맥문동이란 이름은 뿌리가 보리의 뿌리와 같아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도 하고, 잎이 보리 잎과 비슷2018.12.05 17:02
도서관 아이들과 강화로 문학기행을 가던 날 첫눈이 내렸다. 대부분의 첫눈은 쌓이지 못하고 허공에서 흩날리다가 사라지기 십상인데 올 겨울 첫눈은 발목이 빠질 만큼 소복이 쌓여 순식간에 세상을 동화의 세계로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은 차창 밖으로 내리는 흰 눈을 보며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신이 나서 강아지처럼 눈밭을 뛰어다녔다. 그 눈밭 한 모퉁이에서 한 떨기 산국을 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산국의 노란색이 마치 아직 꽃의 계절은 끝나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것 같았다. 노란색은 보는 이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생명의 색이다. 봄날에 피어나는 노랑개나리의 생명력과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의 노랑 솜2018.11.28 11:50
첫눈이 내렸다. 마침내 겨울이 닥친 것이다. 가지마다 흰 눈꽃을 피운 나무들을 바라보며 꽃들이 사라진 겨울을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 생각하니 아득한 생각이 든다. 내가 유독 야생화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야생화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야생화는 주어진 때를 기다렸다가 피고 시간의 흐름에 맞춰 물러갈 때를 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하게 뽐내는 법 없이 주변 풍경에 스스럼없이 스며들 줄 안다. 그 어색하지 않은 아름다운 어울림이 내게 고즈넉한 평화와 안정감을 준다. 꽃들이 산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 나는 지난 시간의 사진첩 속에서 꽃들을 만나고 추억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들꽃 사진들을2018.11.21 10:45
가을이 깊다. 절정을 지난 단풍의 화려함이 사라지면서 문 밖을 나서면 꽃보다 열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봄날 환하게 꽃을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던 백당나무도 어느새 홍옥 같은 붉은 열매를 가득 내어달고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감들도 노을빛으로 익어 가을의 끝자락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저마다 살아온 세월을 자랑이라도 하듯 가지마다 탐스럽고 빛나는 열매들을 매단 나무들을 바라보며 겨울을 예감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을 꽃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용담꽃을 떠올리곤 한다. 꽃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용담의 초록 잎은 서서히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농익은2018.11.14 09:26
찬바람에 떨고 있는 꽃들이 소슬하다. 먼 산 단풍에 눈길을 주는 사이 뜨락의 꽃들이 시들고 있다. 우리가 꽃의 아름다움을 완상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이 베푸는 일종의 보너스와도 같다. 사바나 가설(savanna hypothesis)에 따르면, 꽃은 자신이 지닌 풍부한 생존 자원을 드러내는 일종의 시그널이라고 한다. 결국 꽃의 아름다움은 자신을 알아보는 눈을 지닌 곤충을 유혹하기 위함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류는 특정한 공간과 사물을 선호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꽃이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열매가 맺히고, 그 주변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초식동물이 어슬렁거리게 마련이다. 우리의 뇌는 이런 자연을 만났을 때 본능2018.11.07 11:46
꽃의 시간이 저물어 간다. 성급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서둘러 옷깃을 여미며 겨울을 예감한다. 아직 가을꽃들의 그윽한 향기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벌써 겨울채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세월처럼 무서운 것도 없지 싶다. 뜨겁던 여름이 지나 집안 한구석에 밀쳐두었던 선풍기를 꺼내어 닦았다. 선풍기 날개에 잔뜩 묻은 먼지가 여름내 더위를 식혀주느라 쉴 새 없이 맴을 돌던 선풍기의 노고를 증명이라도 하듯 선풍기 날개엔 먼지가 잔뜩 묻어 있다. 선풍기를 분해하여 날개를 닦다가 지난 여름, 고향의 들녘에서 만난 물레나물 꽃을 떠올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태양의 열기와 짙게 녹음을 드리운 산천의 초목들 사이에 피어나는 여2018.10.31 10:33
지난 달 남산에선 우리 식물들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환경단체의 행사가 열렸다는 뉴스가 있었다. 억척스런 생명력으로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며 무섭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귀화식물 중의 하나인 ‘서양등골나물’을 제거하는 행사였다. 우리 꽃들의 등골을 빼먹는 풀이라서 서양등골나물이란 이름이 붙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치곤 그리 정감이 가지 않는 이름임엔 분명하다. 토종식물들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귀화식물이 반갑지 않은 존재임엔 틀림없지만 그들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들을 이 땅에 옮겨온 것은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빈번해진 인적 교류 속에 식물들의 이동도 함께 이루어지는 까닭이다.2018.10.24 16:03
친구로부터 무화과를 선물 받았다. 자기 아버지가 농약을 치지 않고 물만 주어 정성으로 키운 것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했다. 무화과는 향도 좋거니와 과육이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단맛이 일품이다. 무화과는 구약성서에도 언급될 정도로 오랫동안 애용된 아열대 과일이다.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좋아한 '여왕의 과일'이자 고대 그리스 올림픽 출전 선수와 로마의 검투사들의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진 과일이다. 뽕나무과에 속하는 무화과나무는 소아시아 원산의 갈잎 넓은 잎떨기 나무다. 그 종류가 무려 750여 종이나 되고, 약 4000년 전에 이집트에서 재배한 기록이 있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과수로 꼽2018.10.17 10:17
가을 문턱에서 귀한 꽃차 선물을 받았다. 이천에 사는 지인이 보내온 택배 상자엔 보랏빛 팬지와 붉은 천일홀, 그리고 황화코스모스 꽃차가 세 개의 예쁜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정성으로 손수 덖어 만든 그 꽃차를 마실 때마다 마음까지 향기로워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아침마다 꽃차를 끓이는데 찻잔에 황화코스모스 두어 송이 넣고 끓는 물을 부으면 노을빛으로 우러나는 꽃빛이 그리 고울 수가 없다. 황화코스모스 꽃차는 칼슘이 함유되어 있어 어린아이나 여성에게도 좋고 눈이 충혈 되거나 안구통에 효험이 있고 심신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꽃은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피2018.10.10 11:49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점점이 떠 있는 뭉게구름과 쪽빛하늘 한 귀퉁이에 흩어놓은 새털구름이 가을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때 아닌 가을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갔지만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을 바라보면 이미 가을이 깊다는 것을 절감한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들길을 따라 걷다가 보랏빛 향기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니 논둑에 개미취가 군락을 이루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바야흐로 국화의 계절이 온 것이다. 일조량이 짧아지고 외기가 서늘해지면서 들판으로 나서면 쑥부쟁이를 비롯한 개미취, 구절초, 산국, 감국 같은 국화과의 꽃들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가을의 산과 들에서2018.10.04 11:21
며칠 전 어린이집 앞을 지날 때였다. 유치원 꼬마 서넛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갔더니 순백의 종이로 만든 듯한 꽃을 신기한 듯 만져도 보고 향기도 맡아보곤 하는 것이었다. 도도하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바짝 치켜든 채 활짝 피어 있는 꽃은 악마의 나팔(devil's trumpet)로 불리는 흰독말풀 꽃이었다. 아이들에게 '이 꽃은 악마의 나팔이란 별명을 가진 흰독말풀 꽃이란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왔다. 흰독말풀 꽃을 볼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20세기 미국의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꽃과 사막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꽃 그림을 떠올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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