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8 14:58
장마가 물러가도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고 후텁지근한 무더위의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이 가기 전에 사랑을 이루고픈 매미들의 애절한 떼창에 선잠에서 깨어 창문을 여니 후끈한 열기가 나를 덮쳐온다. 이 소리는 분명 애매미 소리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소리의 진원지는 옆집 가죽나무다. 애매미는 은빛 햇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가죽나무 잎 사이, 어느 가지엔가 매달려 울고 있을 것이다. 애매미는 여름 막바지에 우는 매미로 알려져 있는데 이 뜨거운 여름이 잦아드는 저 매미 소리 따라 얼른 물러갔으면 싶다. ‘봄은 향기로 오고 가을은 소리로 온다’고 했던가. 조용히 눈을 감고 바람 소리에 귀2024.08.19 17:54
고향에서 벌초 날짜가 적힌 문자가 왔다. 더위를 견디느라 날짜 가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벌초할 때가 되었나 싶어 달력을 보니 오는 22일이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인 처서(處暑)다. 처서는 더위의 정점인 입추(8월 7일)와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9월 7일) 사이에 들어있다. 여름내 뜨거웠던 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처서.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도 누그러져 나무들은 물 길어 올리기를 멈추고 한해살이풀들도 더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하는 것이다. 예전의 아녀자들과 선비들이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서 말리는2024.08.19 11:41
김유정역이 사람의 이름을 딴 역이라면 소요산역은 산의 이름을 그대로 빌려 역명을 지었다. 1호선 전철을 타고 동두천의 소요산역에 내리면 곧바로 경기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소요산을 오를 수 있다. 소요산의 산세는 그리 웅장하지는 않으나 석영 반암의 대 암맥이 산 능선을 따라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경기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경승지(景勝地)로 유명한 산이다. 동두천의 산줄기는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한북정맥이 이어져 있다. 동쪽으로는 국사봉을 주봉으로 왕방산·해룡산이 둘러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천보산의 회암령에서 서북으로 칠봉산이 남쪽의 경계를 이루는데 소요산은 국사봉 서쪽 산록에 우뚝 솟아 아름다운 자태를2024.07.23 10:06
수락산에 다녀왔다. 이 무더운 장마철에 수락산을 오른 것은 수락산 정상에 바위채송화가 한창이라는 친구의 전언 때문이었다. 북한산국립공원 아래 사는 덕분에 북한산과 도봉산은 심심찮게 오르내렸으나 수락산 등산은 오랜만이다. 불암산과 함께 ‘돌산’으로 불려왔던 수락산은 수려한 산세와 힘찬 기운을 품고 있어 예로부터 조선 왕실과 지사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아주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삶 속에 위로를 건넨 수락의 기상을 온몸으로 받으며 바위산을 올랐다. 금세라도 한 소나기 할 것만 같은 후텁지근한 무더위와 싸우며 마지막 힘을 내어 해발 638m의 수락산 정상에 오르니 강북 도심의 풍경과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능선이2024.07.16 09:23
도봉구에 사는 행복 중의 하나는 문밖만 나서면 어디서나 기암산수화를 직접 눈으로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잇닿아 있어 고개만 돌리면 북한산과 도봉산의 암봉들이 최고의 산수화를 펼쳐 보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한산을 다녀온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다시 도봉산을 올랐다. 이른 새벽, 자전거를 타고 창포원으로 꽃구경을 갔다가 바라본 도봉산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한 도봉산은 서울 북쪽 도봉구와 경기도 양주 경계에 있는 산이다.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을 비롯해 만장봉, 선인봉, 주봉, 오봉, 우이암 등의 암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산이다. 시인 박두진은 시 '도봉'에서 “산새도 날아와2024.07.09 09:41
‘연꽃이 피었을까?’ 꽃에 핑계를 대고 바람도 쐴 겸 오랜만에 두물머리를 다녀왔다. ‘등대수’라는 관료 냄새 나는 명칭보다 ‘등대지기’라는 말이 거룩하게 들리듯 나는 ‘양수리(兩水里)’라는 행정구역상 지명보다 ‘두물머리’란 우리말 지명이 훨씬 정겹게 느껴진다. 팔당호를 가운데 두고 북한강과 남한강 두 줄기가 합쳐진 곳이라 이름도 양수리가 되었지만 한글로 표기하는 두물머리가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소설가 이윤기의 단편집 '두물머리'로 더욱 유명해진 이곳은 드라이브 코스나 카페촌으로 꽤 알려진 곳인데 한여름엔 세미원의 연꽃이 더해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래된 느티나무들과 드넓은 호수에 새벽에 피어2024.07.02 09:16
오랜만에 북한산 백운대를 올랐다. 야간 산행을 금하고 있어 백운대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는 없었지만 동트기 전의 새벽 산행은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어 발걸음이 자꾸 빨라진다. 새벽빛이 스며든 숲 그늘의 어슴푸레한 어둠과 등산로의 표정 없는 바위들을 밟을 때마다 나는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고 신중해진다. 새벽에 잠을 깨어 할 일이 마뜩지 않을 때 산행을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새벽에 산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신령한 아침 기운을 받으며 산이 깨어나는 모습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백운대를 올라봐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것은 백운대에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거 출현했다2024.06.18 09:19
“…청봉이 어디인지. 눈이 펑펑 소청봉에 내리던 이 여름밤/ 나와 함께 가야 돼. 상상을 알고 있지/ 저 큰 산이 대청봉이지./ 큼직큼직한 꿈 같은 수박/ 알지. 와선대 비선대 귀면암 뒷길로/ 다시 양폭으로, 음산한 천불동/ 삭정이 뼈처럼 죽어 있던 골짜기 지나서/ 그렇게 가면 되는 거야. 너는 길을 알고 있어/ 아무도 찾지 못해서 지난주엔 모두 바다로 떠났다고 하더군/ 애인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나 나나 행복했을 것이다.…” -고형렬의 ‘대청봉 수박밭’ 일부 설악산 대청봉을 떠올릴 때마다 부록처럼 따라오는 시가 속초가 고향인 고형렬의 ‘대청봉 수박밭’이다. 이 시를 대청봉을 오르기 전에 알았는지 정확지는 않으나 이 시를 읽2024.06.11 09:10
비에 씻긴 오월의 쨍한 하늘 위로 백로 한 마리가 유유히 날아간다.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을 날던 순백의 새는 들판을 가로질러 건너편 솔숲으로 내려앉는다. 해마다 단오 벌초를 할 무렵이면 나는 고향의 백로 서식지를 찾곤 한다. 논이나 천변에서 한두 마리씩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수백 마리가 떼 지어 장관을 이룬 모습은 서식지가 아니면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로(白鷺)는 왜가릿과에 속하는 새 중 몸빛이 하얀 새를 일컫는 말로, 백로속에 속하는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흑로와 왜가리속에 속하는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그리고 황로속에 속하는 황로 등을 가리킨다. 겉으로 보기에는 희고 깨끗해 예부터 청렴한 선비의2024.06.04 09:29
동구릉에 다녀왔다. 오월의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쨍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뜨겁다. 절로 초록 그늘이 그리워질 때 문득 떠오른 곳이 동구릉이었다. 동구릉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딱히 할 일이 없거나 먼 길 떠나기엔 시간이 어정쩡할 때 훌쩍 떠나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몇 번을 다녀왔어도 갈 때마다 숲의 느낌이 매번 새롭고 매혹적이어서 구리에 있는 동구릉으로의 나들이는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어느 숲인들 좋지 않은 숲이 있겠냐마는 동구릉의 숲은 각별하다. 왕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장소가 주는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와 수백 년을 두고 가꾸고 지켜온 숲이라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가오는 숲의 느낌이 남다르다. 세2024.05.27 15:33
오월 중순, 비 온 다음 날 아침 일찍 북한산을 찾았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버스를 내렸을 때 북한산의 비에 젖은 바위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북한산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원효봉과 백운대, 만경대와 노적봉이 마치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북한산은 올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전날 비로 인해 수량이 늘었는지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물소리를 따라 부지런히 계곡을 오르려니 계곡의 바위 틈새로 크고 작은 폭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시나비 한 마리가 높지도 낮지도 않게 떠서 한가로이 날고 있다. 모시나비는 현호색에 알을 낳는다는데 현호색은 이미 져2024.05.14 09:18
신록의 계절, 초록의 유혹은 꿀보다 달다. 꽃들이 물러간 자리를 촘촘히 메우며 차오르던 연두의 시간을 건너온 나뭇잎들의 손짓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가까운 숲에서 바람에 실려 오는 아카시아꽃 향기는 가히 치명적이라 할 만큼 매혹적이다. 바야흐로 자연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무작정 꽃향기를 따라나선다. 싱그러운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숲으로 가는 길가에도 꽃들은 피어 해맑은 얼굴로 나를 반긴다. 노랑 애기똥풀은 지천이고, 풀꽃반지를 만들던 토끼풀꽃이나 가시덤불에 흰 찔레꽃도 한창이다. 처음 집을 나설 땐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를 오를 계획이었으나 가는 도중에 마음이 바뀌었2024.05.07 09:35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이양하의 수필 ‘신록예찬’ 일부 누구나 신록 예찬자가 되는 5월, 가평 연인산을 다녀왔다. 눈이 부시게 연노랑의 광채를 내는 신록의 절정,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이맘때 산과 들을 뒤덮은 초록은 온전히 영글지 않은 앳된 빛을 띤다. 그래서 유난히 맑고 산뜻하며 신선하여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신록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연인산을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인산(戀人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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