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에 정점식 추천한 내막 관심
"통합에 따른 화합 제스처" vs "추천권 취지 왜곡해"
"통합에 따른 화합 제스처" vs "추천권 취지 왜곡해"

이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천한 명단만 건네주면 무조건 통과시켜야 하는 조직이 아니다. (최고위원이 11명으로 늘어나는) 정수 변경을 포함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안 의원이 추천한 인사안에 의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국민의당 몫으로 안 의원의 추천을 받은 정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게 될 경우 "취지가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합당 이후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고위원 자리를 추가로 마련한 것인데, 그 목적과 다르게 추천됐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이 아니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탐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다. 국민의힘은 고쳐쓸 수 없다"고 말한 사람이 바로 김 전 위원장이다. 불쾌한 감정은 여전하다. 하지만 안 의원이 김 전 위원장을 고집하겠다면 "어쩔 수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이다.
안 의원은 이 대표의 재고 요청을 일축했다. "이미 두 달 전에 끝난 얘기"로, 최고위원 추천은 합당 당시 합의된 내용을 진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도리어 정 의원을 추천한 것은 당 화합의 제스처로 설명했다. "기왕에 한 당이 됐는데 국민의당 출신만 고집하는 것 자체가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며 정 의원은 '그간 기회를 못 가진 역량 있는 현역 의원'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별다른 인연이 없다. 다만 최근에 몇 차례 소통의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라고 정 의원을 띄우기도 했다.
정 의원의 임명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어느 쪽도 양보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당 안팎에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차기 당권 경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정 의원을 통해 당내 친윤그룹과 친분을 쌓고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려하자, 이 대표가 견제구를 날렸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검사 임관 동기다. 그를 포함한 친윤 그룹은 정권 출범과 함께 당내 신주류로 부상했다. 그만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도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로선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룹의 맏형격인 정진석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친윤계와 다소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반면 안 의원은 친윤계와 접촉면을 확대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두 사람의 당권 경쟁에 막이 올랐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