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50주년 EU 정상회담 불참하면서도 국제 비즈니스 리더십 구애 적극 나서

FT에 따르면, 중국은 EU 관리들에게 시 주석이 아닌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가 브뤼셀을 방문해 EU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위원장들을 만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두 사람은 EU가 수교 반세기를 기념하는 이 회의의 중요성 때문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3월 23일과 24일 개최되는 중국개발포럼(CDF) 이후 3월 28일, 시타델의 켄 그리핀, HSBC의 신임 CEO 조지 엘헤데리를 비롯한 국제 비즈니스 리더들과 시 주석 간의 회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DF 초기 참석자 명단에는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화이자의 알버트 불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처브의 에반 그린버그, 아람코의 아민 H 나세르, 미즈호의 마사히로 키하라, 스탠다드차타드의 빌 윈터스, 토탈의 패트릭 푸야네, AP 묄러-머스크의 빈센트 클레르크 등 약 72명의 글로벌 CEO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사람들은 전했다.
이러한 상반된 움직임은 중국이 세계 최대 교역블록인 EU와의 관계 개선보다 국제 비즈니스 커뮤니티와의 관계 구축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점점 더 적대적인 무역 정책과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글로벌 기업들의 지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EU는 중국이 크렘린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해왔으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EU 관리들은 지난해 EU와의 무역흑자를 3045억 유로 기록한 중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고 외국 기업들의 무역 장벽을 낮추는 등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중국 측은 유럽에 대한 접근 방식이 변함없다고 주장한다. 전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이자 현재 베이징의 유럽 문제 특별 대표인 루 샤예는 "중국의 대유럽 정책은 항상 평화, 우정, 협력, 상호 이익을 옹호해왔다"며 "이것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다만 미국의 대유럽 정책과 현재 대조를 이루기 때문에 중국의 대유럽 정책이 훨씬 더 선견지명이 있고 공정하며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CEO들과의 회담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필요성도 존재한다. 중국은 수년간 지속된 부동산 부문 위기와 취약한 투자자 및 소비자 심리 속에서 외국인 투자 유입 감소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시장 접근 장벽,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마진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에도 CDF 이후 미국 재계 지도자들과 깜짝 회담을 가졌으며, 당시 천안문 광장의 거대한 정치 단지인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약 20명의 CEO들을 만났다. 그러나 올해 회의에 참석할 CEO들은 더 다양한 국가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말했다.
FT는 이번 주에 CDF를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인 몬태나주 상원의원 스티브 데인즈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자신을 중국에 대한 특별 특혜로 지정하도록 설득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발표 후 그의 사무실은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EU 측에서는 통상 수석대표인 마로시 셰프초비치가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지난달 FT와의 인터뷰에서 EU도 중국과의 잠재적 기회를 봐야 하며, 중국이 "파트너가 될 수 있을 때 이를 활용하자"고 말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EU가 자국 산업을 보호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는"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무역과 투자 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최근 나일론과 다른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아디프산의 중국 수출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는 지난 10월 이후 스위트콘, 금속 나사, 양초 등을 포함한 11번째 조사 사례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과 관련해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중국 제품의 "물결"을 막기 위한 방어 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EU 정상회담 불참과 CEO 회동 모두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