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현대·기아차, 美 ‘저가 신차 시장’서 존재감…2만달러 미만은 '절멸 수준'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현대·기아차, 美 ‘저가 신차 시장’서 존재감…2만달러 미만은 '절멸 수준'

2025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신차 차종들. 사진=카앤드라이버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신차 차종들. 사진=카앤드라이버
미국에서 신차 평균 가격이 4만8000달러(약 6620만원)를 넘어서면서 저가 차량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만 달러(약 2760만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신차는 단 3종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한국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가격대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시장정보 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가 최근 낸 자료를 인용해 “2025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신차 10종 가운데 9종이 아시아 브랜드이며 이 가운데 2종은 한국 브랜드”라고 14일(현지시각) 전했다.

카앤드라이버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2만 달러 미만의 신차는 미쓰비시 ‘미라지’(1만8015달러·약 2480만원), 닛산 ‘버사’(1만8330달러·약 2520만원), 미라지 G4(1만9115달러·약 2630만원) 등 단 3종뿐이다.
현대차는 준중형 세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를 통해 2만3320달러(약 3210만원)의 시작가로 순위에 올랐으며, 기아는 2025년형 신차 ‘K4’를 2만3165달러(약 3200만원)에 출시하며 그 뒤를 이었다. 두 차량 모두 미국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양을 갖추고 있으며 디자인과 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 이미지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2000년대 초반 품질 논란에도 과감한 투자와 디자인 개선,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기아는 조지아주에 각각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분석이다.

카앤드라이버는 “한국 브랜드는 일본 브랜드와 함께 미국 저가 차량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정부의 자동차 수입 관세 강화가 아시아 브랜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관세 인상 시 마쓰다는 최대 59%, 닛산은 56%까지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달리 토요타와 혼다, 현대차·기아 등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브랜드 역시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미국 내 정치권에서는 중국산 부품 사용 여부를 문제 삼는 등 아시아 제조업체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설비 확충과 현지 부품 조달을 위한 투자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미쓰비시 미라지는 조만간 미국 시장에서 단종될 예정이며 여름까지 딜러 재고만 판매된다. 미라지는 미국에서 10점 만점 기준 2.5~3점의 낮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값싼 가격 대비 성능과 실내 품질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지만 주행 성능과 내구성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2만 달러 이하 차량은 미국 신차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지고 있으며 현대차와 기아는 2만~2만5000달러대 중저가 차량 시장에서 주요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2만 달러대의 현대차나 기아차가 사실상 미국에서 실질적인 ‘가성비 최후의 보루’로 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