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온 대규모 세금·지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미국 복지제도 전반에 광범위한 변화가 예고됐다.
2일(이하 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이른바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저소득층, 노인, 학생, 납세자, 이민자, 부모 등 거의 모든 계층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화당 주도의 상원은 전날 이 법안을 가결했으며 JD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감세 정책을 연장하는 동시에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복지지출 삭감으로 세수 감소분을 메우는 방식이다.
◇ 의료·식량 지원 축소로 저소득층 직격탄
식량지원제도(푸드스탬프)도 마찬가지다. 현재 면제 대상인 55~64세, 노숙인, 전직 보호아동, 퇴역군인 등에게도 근로 요건이 확대되며 주 정부가 일부 재정을 부담하게 됨에 따라 지원축소, 자격 제한 등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 세제 혜택은 고소득층 중심…저소득층엔 실질 감소
이번 법안은 지난 2017년 트럼프 감세안의 주요 조항을 사실상 영구화한다. 중산층 이하 가구는 평균 1800달러(약 249만원)의 세금 인하 혜택을 받는 반면, 상위 20%는 평균 1만2500달러(약 1730만원) 감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저소득층은 복지 축소로 실질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예일대 ‘버짓랩’ 보고서는 복지 삭감까지 반영하면 저소득층은 전체 소득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납세자 전반에는 표면상 세제 혜택이 주어지지만 이미 시행 중인 조항을 연장하는 것이어서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회보장연금 과세 폐지를 추진하지 않고, 대신에 2025~2028년 사이 고령자에게는 6000달러(약 830만원)의 추가 표준공제를 제공한다.
◇ 이민자·학생·신재생에너지 업계도 불이익
법안은 이민자들의 복지 접근도 대폭 제한한다. 난민, 인신매매 피해자 등 일부 보호 대상자들도 메디케이드, 푸드스탬프, 오바마케어 보조금에서 제외되며 망명 신청이나 취업허가 등 대부분의 이민 서류 신청 비용도 인상된다.
교육 분야에서는 대학원생과 학부모 대출 상한이 신설되고 파트타임 학생이나 상환 유예자에게 불리한 제도가 도입된다.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대출 탕감 기조와는 반대되는 조치다.
기후 분야에서도 후퇴가 이어진다. 민주당이 추진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9월 말 종료되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도 2027년까지 조기 종료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이던 국경장벽 건설에는 465억 달러(약 64조4000억원)가 배정됐고 불법체류자 구금 예산으로도 450억 달러(약 62조3000억원)가 책정됐다.
◇ 적자 확대 우려…머스크 “미래산업 파괴”
이번 법안으로 인한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는 3조3000억 달러(약 4544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CBO는 금리 상승 우려도 제기하며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비용 증가 가능성을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세제 혜택 폐지를 비판하며 “과거 산업에는 보조금을 주면서 미래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공화당은 정치적으로 자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소득 따라 희비 엇갈릴 전망
트럼프는 이 법안을 다음달 4일까지 공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하원과 상원 간 조율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상원이 통과시킨 버전은 지난 5월 하원이 처리한 안과 일부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법안의 핵심 내용이 복지 삭감과 감세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은 “법안의 수혜자는 고소득층이며 부담은 저소득층과 주 정부, 지역사회가 나눠 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