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의 무역 협상이 27일(현지시각)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양자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처음부터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 탓에 결국 트럼프의 ‘관세 밀어붙이기 전략’에 굴복했다”고 분석했다.
◇ 초반부터 수세적 대응…“4월 10일이 굴복의 시작이었다”
FT는 “EU가 미국의 10% 관세 제안에 ‘칼을 목에 든 채’ 협상에 들어간 4월 10일이 사실상 굴복의 시작이었다”며 “트럼프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틈타 전 세계에 고율 관세를 퍼붓고 EU는 보복관세를 일시 중단하면서 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캐나다와 중국은 미국에 즉각 보복조치를 취했지만 EU는 내부 이견과 신중론 탓에 별다른 대응 없이 시간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됐고 EU는 수개월 후인 7월 24일에야 930억 유로(약 136조 원) 규모의 보복 패키지를 승인했다.
◇ “독일·프랑스, 미국 눈치만”…EU 내부 분열도 악재
FT에 따르면 EU의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오히려 미국의 강경 노선에 협조적인 입장을 보였다. 독일은 미국 내 자국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쇄 체계’를 고집했고 프랑스는 위스키 등 자국 품목이 보복 목록에서 제외되도록 로비를 벌였다.
EU 집행위원회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났다. 사비네 바이얀트 EU 통상국장은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의 전면 충돌은 방위·안보·기술 분야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며 소극적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지타바 라흐만 유라시아그룹 유럽지부장은 “폰데어라이엔은 이 사안을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EU 규제 주권과 안보 협력까지 포함된 종합 전략의 일부로 인식했다”며 “이에 따라 위험 회피적 접근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보여주기식’ 관세 합의…사실상 1.6%에서 15%로 폭등
EU는 이번에 타결된 15% 일괄관세가 기존 평균 관세율 4.8%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현상 유지 협정’이라 주장했지만, FT는 “EU 제품에 대한 미국의 실질 가중 평균 관세율은 1.6%에 불과했다”며 “사실상 큰 폭의 양보”라고 지적했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트럼프는 우리의 고통 한계를 정확히 계산해냈고 EU는 결국 굴복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