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장기 금리 상승·경기 회복 낙관론 영향으로 은행들 수익성 대폭 개선”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 금리 급등과 지역 내 경기 회복 기대가 맞물리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HSBC, 바클레이스, 산탄데르, 유니크레디트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최근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HSBC는 실적 발표 전 영국 런던 증시에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바클레이스와 산탄데르도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는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 장기 금리 상승과 경기 낙관론이 주가 상승 이끌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면서 3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2년물 대비 1.3%포인트 높아졌고 영국도 1.5%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금리 구조는 은행들의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 확대를 가져왔고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FT는 전했다.
저스틴 비세커 슈로더 자산운용 유럽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높은 금리의 수익 구조 전환 효과, 우호적인 경기 여건, 비용 효율화 조치가 겹치면서 은행들이 시장의 총아로 부상했다”며 “유럽 은행들은 과거의 ‘기피 대상’에서 ‘시장 인기주’로 위상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유럽의 대표 주가지수인 스톡스 600 지수 내 은행업종은 34% 상승했다. 이는 미국 은행 업종 상승률을 앞서는 수준으로, 2009년 이후 가장 강한 상승세다.
◇ 여전히 저평가된 유럽 은행…“상승 여력 남아 있어”
비교적 낮은 주가 수준도 투자자들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JP모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4배, 골드만삭스는 2.0배인 반면, 유럽 주요 은행들은 이제서야 장부가 수준으로 복귀했다. 블룸버그는 유럽 은행들이 여전히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 1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은행 평균(13배 이상)보다 낮다고 전했다.
루카 파올리니 픽테자산운용 수석 전략가는 “유럽 은행들은 저렴하면서도 국내 수요 회복에 가장 적합한 종목”이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융위기 당시 자본 부족에 시달렸던 유럽 은행들은 이후 규제 당국의 자본 확충 요구에 따라 배당을 줄이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이제는 자본 건전성이 확보됐고, 일부는 10%가 넘는 자기자본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최근 HSBC는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에서 다시 소폭 하락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은행주 전반이 급락하는 등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프란체스코 산드리니 아문디 글로벌 멀티에셋 전략본부장은 “은행주가 여전히 가장 ‘깨끗한 셔츠’처럼 보이지만 이미 최선의 시기는 지났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기대했던 업계 통합도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근 BBVA의 사바델 인수 제안, 유니크레디트의 BPM 인수 추진 등이 정치적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한 점도 성장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