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포드·SK온 합작사 블루오벌SK, '미지급 임금' 집단소송 직면

글로벌이코노믹

포드·SK온 합작사 블루오벌SK, '미지급 임금' 집단소송 직면

"보호장비 착용·이동시간도 근무"…美 근로자, 초과수당 소송
UAW 노조 설립 갈등 속 노동분쟁 격화…안전 문제도 '뇌관'
미국 켄터키주에 위치한 포드·SK온의 배터리 합작공장 '블루오벌SK'가 노동분쟁에 휩싸였다. 최근 이 공장 근로자들은 보호장비 착용과 이동 시간 등 '숨은 근무시간'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전미자동차노조(UAW) 설립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터져 나온 것이어서 노사관계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포드 어소리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켄터키주에 위치한 포드·SK온의 배터리 합작공장 '블루오벌SK'가 노동분쟁에 휩싸였다. 최근 이 공장 근로자들은 보호장비 착용과 이동 시간 등 '숨은 근무시간'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전미자동차노조(UAW) 설립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터져 나온 것이어서 노사관계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포드 어소리티

포드자동차와 SK온의 대규모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출범 초기부터 잇단 노사 갈등에 휩싸였다. 전미자동차노조(UAW)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은 '그림자 노동'의 임금 미지급 문제를 놓고 집단소송에 부닥쳤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기대를 모았던 켄터키 신공장이 노동분쟁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디트로이트 뉴스, 포드 어소리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켄터키주 블루오벌SK 배터리 파크의 한 근로자는 회사가 정당한 초과 근무 수당을 주지 않았다며 미국 미시간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교대 근무 시작 전후로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보호 장비, 특히 보호화를 갈아 신고 작업장까지 가는 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되는지다. 미국 공정근로기준법(FLSA)과 관련 판례는 '업무 실행에 밀접하고 필수적인' 준비 행위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있어,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고는 소장에서 "위생 환경에서 업무를 하려면 모든 근로자는 회사가 지급한 보호화를 의무적으로 신어야 한다"고 밝히고, "문제는 보호화를 신은 뒤 실제 업무가 이뤄지는 작업장까지 수백 야드를 걸어가야만 출근 기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업무 준비와 이동에 드는 시간이 임금 계산에서 완전히 빠졌다는 주장이다.

원고를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법원에 낸 서류에서 "원고와 처지가 비슷한 근로자들은 넓은 시설을 걸어 나와 신발을 벗어야 하는 지정된 장소로 가는 데 드는 상당한 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법원에 배심원 재판을 정식으로 요청했으며, 공장 근로자 모두가 피해를 봤다고 보고 이번 소송을 집단소송으로 인증해달라고 요구했다. 집단소송으로 인정된다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들도 판결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어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UAW와 갈등 속 터져 나온 '미지급 임금' 소송


이번 소송은 이 공장의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8월, 블루오벌SK 근로자들은 UAW 가입을 압도적으로 가결해 노조를 세웠다. 당시 근로자들은 열악한 보건·안전 문제, 회사와의 소통 부족, 더 나은 임금과 복리후생을 노조 설립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노조 설립 뒤에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UAW는 최근 블루오벌SK가 공식적인 노조 인증 절차를 일부러 늦추며 조합 활동을 방해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임금 미지급 소송까지 터져 나오면서 노사 간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갈등의 밑바탕에는 공장 설립 초기부터 나온 안전 문제에 대한 불만이 자리한다. 근로자들은 그동안 여러 안전 문제를 경영진에 알렸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근로자는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런 배경에서 UAW는 블루오벌SK가 이른바 '노조 와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물론 회사는 이런 주장을 모두 부인하며 법을 엄격히 지킨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美 배터리 공장 노사관계 시험대…파급효과 주목


노조 설립을 둘러싼 힘겨루기와 현장의 안전 불만은 '미지급 근무시간'이라는 구체적인 법률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UAW와의 단체교섭을 앞두고 터져 나온 이번 집단소송은 앞으로 노사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이번 소송은 단순한 임금 분쟁을 넘어, 미국 내 신규 배터리 공장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기업의 운영 방식이 정면으로 부딪친 첫 주요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노동 관행과 안전 규정 준수, 노조 권리 보장 등이 앞으로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임을 시사한다. 이번 소송 결과는 UAW가 배터리 업계에서 강력한 터를 잡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다른 합작사나 동종 업계 전반으로 그 파급효과가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