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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로보택시, 감독관 탑승 중에도 또 사고…안전성 논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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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로보택시, 감독관 탑승 중에도 또 사고…안전성 논란 커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험 운행 중인 테슬라 로보택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험 운행 중인 테슬라 로보택시. 사진=로이터
테슬라의 무인주행 택시 실험 차량인 ‘로보택시’가 또다시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실이 확인됐다. 인간 안전 감독관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도 사고가 반복되면서 테슬라가 예고한 ‘감독관 없는 완전 무인 운행’ 계획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한층 커지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운행 중인 로보택시 시험 차량이 지난 10월 추가 사고를 낸 사실이 밝혀졌다고 16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사고는 테슬라가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 사고 8건째…NHTSA 보고로 드러난 누적 기록


법적으로 테슬라는 자동주행 시스템이 개입된 사고에 대해 NHTSA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테슬라가 이번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1대가 주행 중 사고를 일으켰고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누적 사고 8번째 사례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기재됐지만 사고 경위에 대한 핵심 설명은 ‘영업상 기밀’을 이유로 대부분 가려졌다.

앞서 로보택시 시험 차량은 지난 7월과 9월에도 연이어 사고를 냈다. 충돌 대상은 SUV, 고정 구조물, 자전거, 동물 등으로 다양했고 일부 사고에서는 경미한 부상이 보고됐다.

◇ 주행거리 대비 사고율, 일반 운전자보다 크게 높아


사고 건수만 놓고 보면 단순 접촉 사고로 보일 수 있지만 주행거리 대비 사고 빈도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로보택시 시험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가 약 25만 마일(약 40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로보택시는 약 4만 마일(약 6만4000㎞)마다 한 번꼴로 사고를 낸 셈이다. 미국에서 일반 운전자가 평균적으로 약 50만 마일(약 80만5000㎞)에 한 번 사고를 겪는 것과 비교하면 사고율이 10배 이상 높다.
일렉트렉은 최근 로보택시 시험 차량 수가 29대 수준으로 늘었지만 실제 운행 빈도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 수 증가가 곧바로 안전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 감독관 탑승 상태에서도 사고…“제거는 무모”


특히 사고 대부분이 인간 안전 감독관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테슬라는 현재 고속도로 주행 시에는 운전석에, 일반도로 주행 시에는 조수석에 안전 감독관을 태우고 비상 상황에서 즉각 개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고가 반복되자 감독관 없이 로보택시를 운행하겠다는 테슬라의 계획이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주 안에 오스틴 로보택시에서 안전 감독관을 제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오스틴 도로에서 앞좌석에 사람이 없는 로보택시가 포착됐고, 머스크는 감독관 없는 시험 운행이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 웨이모와 대비되는 안전 데이터 공개 방식


일렉트렉은 테슬라의 대응 방식이 다른 자율주행 업체와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구글 계열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는 여러 도시에서 완전 무인 상업 운행을 하고 있으며 누적 1억 마일(약 1억6090만㎞) 이상의 주행 데이터를 공개해 인간 운전자보다 사고율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사고 보고서에서 핵심 설명을 광범위하게 가려 사고 책임이나 시스템 한계를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렉트렉은 “이미 인간 안전 감독관이 탑승한 상태에서도 사고율이 일반 운전자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감독관을 제거하는 것은 실험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면서 “이는 기업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 위 모든 사람의 안전이 걸린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