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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AI 데이터 센터 허브' 급부상... 싱가포르 제치고 디지털 투자 빨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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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AI 데이터 센터 허브' 급부상... 싱가포르 제치고 디지털 투자 빨아들여

조호르주 3년 만에 900MW 확보, 中 바이트댄스·텐센트, 美 MS·오라클 등 거대 기업 투자 쇄도
토지·에너지 제약 극복한 '가성비' 강점... 전력·용수 부족 및 美-中 수출 통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위협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스카이라인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스카이라인 모습. 사진=로이터
말레이시아, 특히 조호르(Johor)주가 지정학적 긴장과 생성형 AI 수요 급증이라는 세계적 격변 속에서 아시아의 새로운 AI 데이터 센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농업 의존도가 높았던 조호르는 불과 3년 만에 900메가와트(MW) 이상의 데이터 센터 용량을 확보하며, 기존 허브였던 싱가포르가 10년 이상 걸려 확보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17(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2023년과 2024년 말레이시아는 최소 2,104억 링깃(514억 달러)의 디지털 투자를 유치하는 등 아시아 지역 내 디지털 투자의 주요 자석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근접성 덕분에 '황금 삼각지대' 형성


말레이시아가 급부상한 주요 요인은 싱가포르와의 지리적 근접성이다. 조호르는 싱가포르와의 국경에서 차로 단 40분 거리에 있어, 토지와 에너지가 제한된 싱가포르에서 유출된 데이터 센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의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는 물론,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그리고 엔비디아 공급업체인 와이윈(Wiwynn), 슈퍼마이크로(Supermicro)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조호르와 쿠알라룸푸르, 사이버자야 등지에 대규모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 컨설팅 기업들은 조호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바탐을 잇는 이 지역을 'AI 데이터 센터의 황금 삼각지대'로 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비교적 낮은 건설 비용이 신규 프로젝트 유치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원 및 지정학적 리스크 노출


조호르의 데이터 센터 붐은 높은 임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회이지만, 자원 수요와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어두운 면도 안고 있다.

AI 데이터 센터는 특히 액체 냉각 시스템에 막대한 양의 전력과 물을 요구하는데, 조호르 주 정부는 물 공급 부족으로 인해 최근 액체 냉각 시스템이 필요한 신규 데이터 센터 신청을 거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현재 조호르는 총 용량 5.3GW에 달하는 40개 이상의 운영·건설·승인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으며, 수요 충족을 위해 2027년 6월까지 1단계 급수 시설 완공을 추진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며 양국 투자를 모두 환영하고 있지만,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 기술 대기업들이 말레이시아 데이터 센터를 이용해 AI 칩 수출 통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7월에 미국산 고성능 AI 칩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를 도입하며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공급 과잉과 지속 가능한 수요 확보


일부 분석가들은 조호르 지역의 대규모 개발이 지역 수요의 강력한 기본기에 기반하지 않아 '공급 과잉'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부동산 회사인 UEM Sunrise와 Logos는 350MW 규모의 데이터 센터 건설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대만 슈퍼컴퓨터 제조업체의 CEO 피터 우는 말레이시아의 AI 데이터 센터 수요가 주로 비용 효율적인 위치를 찾는 전통적인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접근법에서 비롯된다며, '주권 AI(Sovereign AI)' 구축을 통한 국내 GPU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데이터센터호크는 말레이시아가 AI 허브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지역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