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종전 조건으로 LNG·핵에너지·핵심광물 공동투자 포함…중 밀착노선과 정면 충돌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러시아 크렘린궁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향해 러시아의 달러 결제 시스템 복귀를 포함한 광범위한 경제 파트너십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의 핵심 축으로 대규모 경제 협력을 내세워 미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서방의 제재에 맞서 탈달러화와 중국 밀착 행보를 보여온 러시아가 다시 달러 체제로 회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글로벌 금융 및 지정학적 질서에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 글로벌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가 지난 2월 12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작성된 크렘린궁의 내부 기밀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수렴할 수 있는 7가지 핵심 분야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이 문건은 양국이 화석 연료 산업을 옹호하고 천연가스, 해상 석유, 핵심 원자재 분야에서 공동 투자를 추진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과거 러시아 시장에서 겪었던 손실을 보전해주고 소비자 시장 복귀를 위한 특혜 조건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포함됐다.
달러 패권 복귀를 통한 금융 고립 탈피와 전략적 유연성
러시아의 이번 제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달러 결제 시스템으로의 복귀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로 달러 사용이 막히자 중국 위안화나 인도 루피화 등 대체 통화 결제망 구축에 열을 올려왔다. 달러 복귀는 이러한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외환 시장을 확장하고 국제 수지의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실리적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밀착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승전보가 될 수 있다.
에너지 및 첨단 기술 분야의 공동 전선 구축
러시아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유럽과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과 손잡고 화석 연료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와 해상 유전 공동 개발, 인공지능(AI) 벤처를 위한 핵에너지 협력 등을 제시했다. 또한 리튬, 구리, 니켈, 백금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광물 자원 공급망에서도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자립 및 제조업 부흥 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미국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 및 동맹국 간 분열 유도 가능성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이러한 제안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미국과 유럽 동맹국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고도의 전술일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군수 산업의 핵심 공급처인 중국과의 관계를 러시아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의 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최근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대규모 양자 경제 협정이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어, 평화 협상 과정에서 경제 동맹 카드가 실질적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