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매장량 2위(2100만t·23%) 보유에도 정제 기술 부족·비용 3배 격차…개발 '걸음마' 수준 못 벗어나
미국·유럽연합(EU) 앞다퉈 투자·협정 구애…브라질, '원자재 공급국' 전락 거부하며 주도권 협상
미국·유럽연합(EU) 앞다퉈 투자·협정 구애…브라질, '원자재 공급국' 전락 거부하며 주도권 협상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의 9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세계 2위 매장량 보유국인 브라질이 탈중국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 후보로 떠오르며 130억 헤알(약 3조6000억 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브라질 언론 지아리우 다 헤지앙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희토류 투자의 15∼20%를 흡수해 연간 120억 헤알(약 3조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스마트폰·풍력 터빈·군용 미사일 등 첨단 산업 전 분야에 걸친 핵심 소재인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자원 패권 경쟁이 브라질을 새로운 지정학적 거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매장량 23%·2100만t…전기차·반도체 '황금보다 귀한 땅'
희토류는 란타넘족 15종에 스칸듐·이트륨을 더한 17개 금속 원소의 총칭이다. 전기차용 영구 자석, 풍력 터빈, 스마트폰, 군용 드론·미사일·위성 등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 소재로 쓰인다.
특히 브라질 지층에는 전기차 모터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등 경희토류와 내열성 강화에 쓰이는 디스프로슘·터븀 등 중희토류가 다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광산기업 아클라라 리소시스(Aclara Resources)는 브라질 고이아스 주 노바로마 인근에서 대형 희토류 광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기업은 미국 내 별도 정제 공장을 건설해 브라질에서 채굴한 원광을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라몬 바루아 아클라라 리소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8월까지 미국 내 정제 공장 위치를 확정할 것"이라며 "수요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제 90% 독점 vs. 브라질 기술·비용 3배 격차…구조적 한계 뚜렷
브라질의 희토류 잠재력은 수치상 압도적이지만, 실제 개발 수준은 매장량과 큰 차이를 보인다. USGS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의 희토류 생산량은 2023년 140t에 머물다가 세라 베르지(Serra Verde) 광산 가동 확대에 힘입어 2024년 20만t으로 급증했다.
브라질 광업청(ANM) 집계에서도 2025년 상반기 희토류 수출량은 537.9t으로 전년 동기(54t) 대비 약 10배 늘었지만, 이 가운데 90%는 중국으로 향했다.
이는 희토류 공급망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원광 채굴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원소를 분리·정제하는 공정은 전체 가치 사슬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단계다. 그런데 이 정제 능력의 90% 이상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어, 채굴된 원광도 중국을 거쳐야 완성품이 된다.
브라질 지질조사국의 프란시스코 발디르 실베이라 지질·광물자원 국장은 "오늘날 가장 큰 어려움은 광석 부족이 아니라 관련 기술 부족"이라며 "공장·일자리·대학·기술센터와 잘 훈련된 인력을 유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채굴·정제 비용이 중국의 약 3배에 이르는 점도 가격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WSJ는 "중국 외 지역에서 희토류 가공 기술을 완전히 숙달한 기업은 극소수이며, 기술 습득 과정도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델라웨어대학교 지리학·공간과학과 줄리 미셸 클링거 부교수는 레스트오브월드(Rest of World)와의 인터뷰에서 "매장량을 이야기할 때 땅에 묻혀 있는 것만 뜻하지는 않는다"면서 "경제적·정치적으로 채굴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투자·기술·규제에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브라질광업협회(IBRAM)의 라울 융만 소장도 "브라질이 성장하는 국제적 관심에 응답하려면 광업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정책 시행과 다른 나라와의 투자·기술 이전 파트너십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미·중 패권 갈등 속 자원 외교 격전지 된 브라질…룰라, '원자재 수출국' 전락 거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브라질의 전략적 가치는 한층 높아졌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디스프로슘·사마륨·가돌리늄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고, 이에 테슬라·포드 등 미국 제조업체들이 대체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지난해 8월 브라질 유일의 상업용 희토류 광산인 세라 베르지 광산에 4억6500만 달러(약 6700억 원) 대출을 승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간 관계가 개선되면서 희토류 협정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해 리튬·니켈·희토류 분야의 공동 투자 협정을 논의하는 등 미국과 EU가 브라질 자원을 두고 경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룰라 정부는 단순히 원자재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달 6일 브라질 디지털 매체 ICL 노티시아스는 브라질 정부가 미국이 제시한 이른바 '미국 우선 공급' 구상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이 구상의 핵심은 희토류 보유국이 자국 매장량을 미국 소비 우선으로 활용하고, 중국과의 거래를 다른 나라보다 앞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었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이 직접 현지에 투자하고 브라질 내에서 희토류를 가공하며 그 결과물을 구매하는 형태의 양자 협정을 선호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희토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핵심광물 전략 비축 계획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공식 발표하며 120억 달러(약 17조 4000억 원)를 투입해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을 대규모로 비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월가에서는 서방 투자가 본격화할 경우 2030년대부터 브라질의 희토류 연간 생산량이 현재의 5배를 웃도는 5000t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단기간에 중국의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뒤흔들 수준까지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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