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만㏊ 강제 철회·핵심광물 60종 목록 첫 발표…美 주도 다자협정 협상 참여 선언
카르텔 폭력·외국기업 국제중재 소송 리스크 맞물려…한국 배터리 공급망에도 파장
카르텔 폭력·외국기업 국제중재 소송 리스크 맞물려…한국 배터리 공급망에도 파장
이미지 확대보기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12일 일일 기자회견에서 총 88만9502㏊에 달하는 채굴권 1126건을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 경제부 장관은 이번 조치가 "투기를 막고 전략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표는 멕시코 산업생산이 광업 부문 6% 넘는 위축 탓에 전체 1.3% 감소했다는 통계 발표 다음 날 나왔다.
수십 년 묵은 '유령 채굴권'의 민낯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경제지리학과 이시드로 텔레스 연구원은 DW에 "사카테카스 주 채굴권 100건을 직접 조사한 결과, 60~70%가 점유도 탐사도 없었고 소액의 사용료조차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멕시코의 1㏊당 채굴 사용료는 약 9페소, 미국 달러로 0.5달러(약 720원)도 되지 않는다.
1992년 광업법 제정 이후 환경 보호구역은 물론 원주민 거주지에까지 채굴권이 남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텔레스 연구원은 "산루이스 포토시에서 위사리카 원주민 마을에까지 채굴권이 부여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달 초 200건을 기업들이 자발 반납하는 형식으로 우선 회수했고, 나머지 900여 건은 강제 철회했다.
독자 핵심광물 60종 목록 첫 발표·다자협정 협상 참여
멕시코 지질청(SGM) 플로르 마리아 데 하르프 이투리바리아 청장은 핵심광물 목록을 기존 50종에서 구리를 포함한 10종을 추가해 60종으로 늘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핵심광물 협정 협상 참여를 공식화했다. 텔레스 연구원은 "멕시코에는 그동안 자체 목록이 없었고 늘 미국 정부 목록을 그대로 따랐다"며 이번 자체 목록 수립의 의미를 강조했다.
데 하르프 청장은 "리튬·니켈·코발트·알루미늄·크롬·티타늄·바나듐 등은 국내 산업 소비의 거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완전한 의존 구조는 언젠가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멕시코 광업은 달마다 약 25억 달러(약 3조6200억 원)의 무역수지를 뒷받침하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4.5%를 차지한다. 텔레스 연구원은 "20~30년 전에는 광업이 GDP의 10~12%를 차지했으나 민영화와 제조업 개방 이후 계속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구리(28.2%)·은(24.6%)·금(24.4%)이 전체 광산 생산 가치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카르텔 폭력·국제소송 이중 리스크
채굴권 강제 회수를 둘러싼 외국 기업들의 국제중재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법 전문 변호사 호르헤 후에르타는 DW에 "영향을 받은 외국 투자자들이 해당 채굴권의 시장 가치를 보상받기 위해 멕시코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직접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텔레스 연구원은 "1992년 광업법 자체가 일정 기간 탐사·채굴 활동이 없으면 채굴권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여기에 카르텔 폭력이라는 변수까지 겹쳐 있다. 시날로아 카르텔 계열 무장 세력 '로스 차피토스'가 캐나다 광산업체 비즐라 실버(Vizsla Silver) 직원 여러 명을 납치·살해한 사건이 멕시코 사회를 뒤흔들었다. 분파 간 주도권 다툼으로 지난 1년여간 살인 1700건 이상, 실종 2000명 이상이 발생했으며 멕시코 북부 주요 광산지대가 이 폭력의 무대와 겹쳐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신규 채굴권 발급에 대해 "현재 보유한 은·금 생산량 유지에 집중하겠으며, 기본적으로 신규 채굴권은 내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텔레스 연구원은 "그루포 멕시코(Grupo México)와 인두스트리아스 페뇰레스(Industrias Peñoles) 두 회사가 주요 광물 생산을 독점하는 구조는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배터리·소재 공급망에도 파장
멕시코 자원 주권 선언은 중국 의존 탈피를 모색하던 한국 배터리·소재 산업에 변수다.
한국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희소금속 31종 가운데 16종이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리튬은 전체 수입액의 65%가 중국산이다. 흑연의 중국 의존도는 98%에 달한다.
이 때문에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호주·캐나다 등으로 공급처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필바라(Pilbara)와 합작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전남 광양에 준공해 연간 2만t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옴브레무에르토 리튬 염호 개발도 추진 중이다. 국내 공기업의 멕시코 직접 투자는 과거의 뼈아픈 실패 이후 크게 위축된 상태다. 한국광물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볼레오 구리 광산에 투자했다가 조 단위 손실을 입고 철수한 전례 탓이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신규 해외 광물자원 개발 사업은 총 7건으로, 10년 전(2014년·16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멕시코가 특히 민감한 이유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이다. IRA는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으로 배터리 광물과 부품의 북미 역내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멕시코가 미국 주도 다자 핵심광물 협정에 참여해 '공급망 동맹'의 틀을 강화하고 신규 채굴권 발급까지 닫아걸 경우, 멕시코를 'IRA 적격 광물 조달 거점'으로 활용하려던 우리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멕시코의 핵심광물 주권 강화는 구리 수급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5' 보고서는 구리의 경우 2035년까지 약 30%의 수급 격차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구리는 전력망과 배터리 부품용 동박의 핵심 원료로, 멕시코 광업 위축은 국내 관련 산업의 원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멕시코의 이번 조치가 "중국 의존을 낮추려던 대체지가 진입 장벽이 높은 까다로운 파트너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 안팎에서는 공급처를 호주·캐나다·인도네시아 등으로 더욱 분산하는 한편, 신규 채굴보다는 폐배터리 재자원화와 광물 찌꺼기(광미) 재처리 기술 투자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