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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4년, '소모전'의 늪에 빠진 유럽 최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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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4년, '소모전'의 늪에 빠진 유럽 최대의 비극

양측 사상자 180만 명 육박…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
러시아의 점유율 확대는 연간 0.8%에 불과, 군사적 효율성 한계 드러내
최전방 격전지인 훌리아이폴레 북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 이번 달에만 약 100㎢(40평방마일)의 영토를 수복했다. 지지부진한 소모전 속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최전방 격전지인 훌리아이폴레 북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 이번 달에만 약 100㎢(40평방마일)의 영토를 수복했다. 지지부진한 소모전 속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5년째로 접어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가장 참혹한 이 전쟁은 포스트 냉전 질서를 완전히 재편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전의 양상을 고도로 정밀화된 '살육의 소모전'으로 변모시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 아래 평화 협상이 시도되고 있으나, 영토 반환과 전후 안보 보장이라는 핵심 난제를 두고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CBC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발발 4주년을 맞아 전쟁의 참상을 숫자로 기록하며 현대사의 비극을 집중 조명했다.

숫자로 본 4년의 기록: 120만 명의 러시아군 손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양측의 전사자, 부상자 및 실종자를 합친 총 사상자 수는 최대 1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러시아의 인적 손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2022년 2월부터 2025년 12월 사이 러시아군 사상자는 12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전사자만 최대 32만5000명으로 파악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단일 분쟁에서 주요 강대국이 겪은 가장 큰 규모의 전사자 수다.
우크라이나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CSIS는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를 50만에서 60만 명 사이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중 전사자는 약 14만 명으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자국군 전사자가 5만5000명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상당수의 실종자를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의 고통은 더욱 극심하다. 유엔(UN) 인권조사단이 확인한 민간인 사망자만 1만4999명이며, 어린이 사망자도 763명에 달한다. 특히 2025년은 전쟁 발발 이후 민간인 피해가 가장 컸던 해로 기록되었는데, 전년 대비 사상자 수가 31% 급증하며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공습이 민간 시설에 집중되었음을 방증했다.

전략적 교착과 우크라이나의 회복력


전쟁의 전선은 거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는 '교착 상태'다. 전쟁 연구소(ISW)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19.4%를 점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난 1년간 러시아가 추가로 확보한 영토가 전체의 0.79%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러시아가 막대한 병력과 물자를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겨울,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에너지 시설 공습으로 1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전기와 난방, 식수조차 끊긴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있다. 전쟁 4년, 추위가 또 다른 살상 무기가 된 참혹한 현장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겨울,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에너지 시설 공습으로 1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전기와 난방, 식수조차 끊긴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있다. 전쟁 4년, 추위가 또 다른 살상 무기가 된 참혹한 현장이다. 사진=로이터


가디언은 러시아의 군사적 성과가 극히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포크롭스크 인근에서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는 하루 평균 70m, 쿠피얀스크에서는 23m에 그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 감소라는 악재 속에서도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자포리자주 훌리아이폴레 북쪽에서 40제곱마일의 영토를 탈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러시아군의 무단 사용을 차단한 전략적 변화를 적절히 활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서방 지원의 재편과 '콜도모르'의 위협


우크라이나를 향한 국제사회의 지원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 군사 원조는 이전 3년 평균 대비 13% 감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기 지원 중단 여파를 유럽 국가들이 메우려 노력하면서, 유럽의 군사 원조액은 전년 대비 67%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테러'는 우크라이나의 명줄을 옥죄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력 및 난방 시설을 집중 공격하여 '콜도모르(Kholodomor, 추위에 의한 죽음)'를 획책하고 있다. 현재 1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서 전기와 난방 없이 버티고 있으며, 수도 키이우에서만 2600개 이상의 건물이 에너지 공급이 끊긴 상태다.

결국 이 전쟁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신임 국방부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는 매달 5만 명의 러시아군을 제거해 모스크바의 정치적 결단을 강요하겠다는 공세적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0만 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군 탈영병 발생 등 내부적인 피로도 역시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어, 5년 차에 접어든 이 전쟁의 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