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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 “대만 반도체 차단 시 美 GDP 11% 급감”…TSMC 의존, 미 경제 ‘단일 실패지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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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 “대만 반도체 차단 시 美 GDP 11% 급감”…TSMC 의존, 미 경제 ‘단일 실패지점’ 경고

고급칩 90% 대만 생산…애플·엔비디아·AMD·퀄컴에 2027년 리스크 브리핑
애리조나 5개 공장·1500억달러 투자에도 패키징 대만 의존…공급망 재편 ‘갈 길 멀다’
대만 가오슝에 위치한 TSMC의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가오슝에 위치한 TSMC의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가 거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최첨단 컴퓨팅을 지탱하는 핵심 칩의 공급선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경고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대만으로부터의 반도체 공급이 단 하루라도 중단될 경우 미국 경제 전체가 멈춰 설 수 있다는 분석은 이제 단순한 가설을 넘어 실질적인 국가 안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만의 영문 매체인 타이완뉴스가 지난 2월 24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와 국가안보회의는 최근 애플, 엔비디아, 에이엠디, 퀄컴 등 글로벌 테크 거인들을 소집해 2027년 공급망 리스크 브리핑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 당국은 대만으로부터의 반도체 수급이 차단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이 최대 11퍼센트까지 급감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유했다. 이는 과거 대공황에 버금가는 수준의 경제적 충격으로, 사실상 대만이 미국 경제의 단일 실패지점이 되었음을 자인한 꼴이다.

첨단 반도체의 90퍼센트가 묶인 지정학적 족쇄


현재 전 세계 5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의 90퍼센트 이상이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 인공지능 열풍의 주역인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나 애플의 아이폰용 프로세서 모두 티에스엠씨의 제조 공정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구조다. 미국은 반도체법을 통해 자국 내 제조 시설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설계는 미국이 하더라도 생산의 핵심 열쇠는 여전히 대만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브리핑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천문학적 투자에도 해결되지 않는 후공정의 늪

미국은 애리조나주에 5개의 거대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1500억 달러라는 유례없는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웨이퍼를 구워내는 전공정 시설은 미국 땅에 들어서고 있으나, 이를 실제 제품으로 완성하는 첨단 패키징 공정은 여전히 대만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아무리 미국에서 칩을 뽑아내도 이를 패키징하기 위해 다시 대만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공급망 자급자족은 멀기만 한 이야기다.

미국 경제를 뒤흔드는 2027년 리스크 시나리오


미 당국이 2027년을 특정해 리스크 브리핑을 진행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이나 양안 관계의 급격한 변화가 가시화될 수 있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티에스엠씨를 대체할 파트너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공급망 다변화가 구호에 그치는 사이 미국 경제의 취약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글로벌 분업 체계의 충돌


결국 이번 경고는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분업 체계가 안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음을 의미한다.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만에 몰아주었던 생산 기지가 이제는 미국의 목을 조르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앞으로 3년, 미국이 이 거대한 의존성을 얼마나 걷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미래 기술 패권의 향방은 물론 미국 경제의 생사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