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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메탈 CEO ‘레고’ 발언 역풍…우크라 “500달러 드론이 진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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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메탈 CEO ‘레고’ 발언 역풍…우크라 “500달러 드론이 진짜 혁신”

파퍼거 “우크라 드론은 부엌 3D프린터 수준” 폄하
키이우 강력 반발…“전쟁의 기준은 기술 난도가 아니라 전장 효율성”
아르민 파퍼거 라인메탈 CEO.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생산 방식을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에 비유해 논란을 불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르민 파퍼거 라인메탈 CEO.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생산 방식을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에 비유해 논란을 불렀다. 사진=로이터
독일 방산 대기업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퍼거 최고경영자(CEO)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 체계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다가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와 방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우크라이나전이 값비싼 중장비 중심의 전통 전력과 저비용·대량생산 드론이 주도하는 새로운 전장 질서가 충돌하는 시험장이 된 상황에서, 서방 대형 방산기업 수장의 인식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파퍼거 CEO는 지난 27일 공개된 더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산업에 대해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고 말하며 “우크라이나에는 어떤 기술적 돌파구도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그것은 록히드마틴이나 제너럴 다이내믹스, 라인메탈의 기술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의 시스템이 서방 대형 방산업체의 고도화된 무기 체계와는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거함 중심 사고의 구조적 한계 노출


논란은 그다음 발언에서 더 커졌다. 파퍼거는 우크라이나의 분산형 생산 구조를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주부들이 부엌에서 3D 프린터로 드론 부품을 만든다”며 “이것은 혁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중앙집중식 대형 군수공장 대신 민간 네트워크와 소규모 제조 역량을 결합해 드론 생산을 확장해 온 현실을 사실상 아마추어식 조립 수준으로 폄하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 서방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드론 전력을 두고 내려온 평가와도 어긋난다. 더 애틀랜틱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이 “포병과 기갑차량을 구식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자국이 “우리만의 무기고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대형 플랫폼 중심의 전통적 무기체계가 값싸고 빠르게 개량되는 FPV 드론, 자폭 드론, 분산형 정찰체계 앞에서 흔들리는 장면이 전장에서 반복되면서다.

우크라이나 측의 반발도 즉각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 고문인 알렉산드르 카미신은 소셜미디어 X에 “나는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하게 일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그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적었다. 파퍼거의 발언이 단지 산업적 평가를 넘어 전시 체제를 지탱해 온 민간 참여자들까지 낮춰 본 것으로 읽힌 것이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인포자히스트의 야로슬라프 칼리닌 최고경영자는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를 파괴하는 500달러짜리 FPV 드론, 그것이 혁신”이라며 “당신들의 기업 기준이 아니라 전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기준인 효율성이 판단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서방 방산업체들이 기술 이전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당신들 덕분이 아니라 당신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의 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장 효율성이 혁신 기준으로 부상


우크라이나의 기술 투자자 데니스 도브고폴리 역시 파퍼거의 인식이 혁신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0년 전에 개발된 제품도 혁신으로 간주되는 산업에서 오래 일한 인물”이라며, 미래 전장에서 탱크 같은 중장비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가 혁신에 대해 무엇을 알겠느냐”고 직격했다.
논란이 커지자 라인메탈은 X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회사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해 “최고 수준의 존중”을 갖고 있다며, 이들의 “혁신 역량”과 “싸우는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사의 자원과 역량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문은 단순한 발언 논란을 넘어 현대전에서 무엇을 혁신으로 볼 것인가를 둘러싼 인식 충돌을 드러낸 사건이다. 대형 방산기업의 시선에서 혁신은 정교한 플랫폼과 체계 통합 능력이지만, 우크라이나식 혁신은 전장에서 즉시 작동하는 저비용·고효율 무기다. 기술의 정교함보다 생존성과 대량 투입 능력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방산에도 이 논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K2 전차, K9 자주포 등 전통 플랫폼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드론·무인체계·전자전 대응까지 결합한 ‘복합 전장 대응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거대한 무기체계의 완성도에만 머물지 않고, 전장의 요구를 빠르게 흡수하는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