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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기판 표준 뺏기면 K반도체는 끝난다”... 삼성·SK 유리 동맹의 조지아벌 ‘글라스 공습’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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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기판 표준 뺏기면 K반도체는 끝난다”... 삼성·SK 유리 동맹의 조지아벌 ‘글라스 공습’ 전말

AI 반도체 성능 10배 키울 유리 기판 상용화 임박... 인텔의 표준 독점에 맞선 K반도체의 조지아 공습
휘어지는 유기물 기판 버리고 유리 본체 택했다... 반도체 영토 전쟁의 판도를 바꿀 꿈의 소재가 깨어난다
AI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유리 기판. 사진=테크주스이미지 확대보기
AI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유리 기판. 사진=테크주스


반도체를 담는 바닥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 칩을 지탱해온 플라스틱 계열의 유기물 기판이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미세 공정 경쟁이 나노 단위의 극한으로 치닫으면서 이제는 칩 자체의 성능만큼이나 칩을 보호하고 신호를 전달하는 기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더 거대하고 뜨거워진 칩을 견뎌내기 위해 전 세계 반도체 거인들이 선택한 최후의 보루는 다름 아닌 유리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과 실리콘밸리 동향에 밝은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유리 기판 표준을 두고 미국의 인텔과 한국의 삼성, SK 연합군 사이의 전례 없는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인텔이 2030년을 목표로 유리 기판 로드맵을 선포하며 기술 선점에 나선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상용화 속도를 앞당기며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특히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가 인텔의 안마당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의 유리 기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양산 준비를 마침에 따라, 인텔이 주도하려던 기술 표준의 판도를 한국이 흔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플라스틱 성벽의 붕괴와 유리 제국의 탄생


기존에 사용되던 유기물 기판은 열에 약하고 표면이 미세하게 거칠어 초미세 회로를 새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칩이 고사양화될수록 기판이 휘어지거나 신호가 왜곡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유리는 플라스틱보다 훨씬 단단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회로를 더 촘촘하게 새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에도 강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영토 전쟁의 중심축이 유기물에서 유리로 급격히 이동하는 이유다.

인텔의 선전포고와 2030년 유리 표준화 로드맵


반도체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인텔은 유리 기판을 파운드리 재건의 핵심 열쇠로 점찍었다. 인텔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유리 기판 연구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으며, 2030년까지 모든 최첨단 칩 제조에 유리 기판을 도입하겠다는 야심찬 로드맵을 발표했다. 인텔이 설계 표준을 장악할 경우 전 세계 팹리스 기업들은 인텔의 규격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앱솔릭스의 기습, 조지아에서 시작된 K반도체의 반격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인텔의 독주를 막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의 유리 기판 양산 공장을 세우며 승부수를 던졌다. 인텔이 연구실 수준의 성과를 내는 동안 앱솔릭스는 실제 양산 궤도에 먼저 진입하여 소재 분야의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뽑아내는 자가 표준이 된다는 제조업의 철칙을 바탕으로 조지아 공장은 현재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반격,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유리로 통합


삼성전자 역시 기판 전문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손잡고 유리 기판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유리 기판 위에서 칩이 구동되는 최적의 연산 환경을 통째로 제공하는 올인원 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한 삼성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인텔이 짜놓은 판을 뒤집고 한국 주도의 유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빛의 전쟁으로 가는 관문, 포토닉스 시대의 진정한 승자


유리 기판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향후 도래할 광반도체(Photonics) 시대와의 궁합 때문이다.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차세대 인프라에서 유리는 빛을 전달하는 광학 소자를 결합하기에 최적의 바탕이 된다. 유리 기판 전쟁의 승자는 단순히 부품 시장을 점유하는 것을 넘어, 전기가 아닌 빛으로 움직이는 미래 AI 컴퓨팅의 주권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인텔과 삼성, SK의 이 소리 없는 전쟁에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