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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없이 벽 넘은 중국… 국내 반도체 '수출 전선' 비상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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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없이 벽 넘은 중국… 국내 반도체 '수출 전선' 비상령

美 GPU 제재 우회한 '라인샤인' 슈퍼컴 구축… AI 혼합정밀도 1.54 엑사플롭스 달성
화웨이 설계 CPU 240만 코어 병렬 연결… 'ARM IP·첨단 패키징' 규제 보완 압박에 삼성·SK 긴장
미국이 주도해 온 글로벌 반도체 수출통제 체계의 허점이 수면 위로 올랐다.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차단해 중국의 첨단 AI 성장을 막겠다는 백악관 핵심 전략이 중앙처리장치(CPU) 대량 병렬 아키텍처라는 우회로에 부딪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주도해 온 글로벌 반도체 수출통제 체계의 허점이 수면 위로 올랐다.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차단해 중국의 첨단 AI 성장을 막겠다는 백악관 핵심 전략이 중앙처리장치(CPU) 대량 병렬 아키텍처라는 우회로에 부딪혔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이 주도해 온 글로벌 반도체 수출통제 체계의 허점이 수면 위로 올랐다.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차단해 중국의 첨단 AI 성장을 막겠다는 백악관 핵심 전략이 중앙처리장치(CPU) 대량 병렬 아키텍처라는 우회로에 부딪혔다.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18(현지시각) 중국 국립슈퍼컴퓨팅센터(NSCC)가 미국산 AI 가속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CPU 코어 240만 개를 연동해 AI 혼합정밀도(BF16) 기준 1.54 엑사플롭스(ExaFLOPS·1초에 100경 번 연산) 성능을 내는 '라인샤인(LineShine) LX2' 슈퍼컴퓨터를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설계가 유력한 독자 프로세서로 하드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 전략은 우회 가능성을 확인하고 가이드라인 보완 압박을 받게 됐다.

이번 사건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존과 대미 기술 협력 전반에 강력한 파동을 예고한다. 미국 정부가 규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 제한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결합에 필요한 첨단 패키징 장비·소재로 제재 전선을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파운드리 및 후공정 업계에 새로운 규제 사정권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자 아키텍처의 핵심, 치플렛 기반 초병렬 컴퓨팅 구조

중국이 설계한 라인샤인 LX2 프로세서는 미국의 이종(CPU+GPU) 가속기 차단막을 뚫기 위해 단일 칩 내부에 2개의 치플렛을 결합하는 동종 구조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단일 프로세서당 304, 시스템 전체적으로 무려 2451,840개의 CPU 코어를 집적했다. 수천 개의 GPU를 엮는 서구권 방식과 달리, 수백만 개의 CPU 코어를 대량 병렬 연결하는 아키텍처로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메운 것이다. 내부에는 고성능 AI 연산에 필수적인 Armv9 기반 벡터(SVE) 및 행렬(SME) 연산 유닛을 촘촘히 내장했다.

특히 칩 내부에 32GB 용량의 온패키지 HBM을 탑재해 초당 4TB의 초고속 데이터 대역폭을 확보하고, 외부에 256GBDDR5 메모리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연 시간을 극적으로 줄였다. 이 프로세서 40,960개를 독자 고속 네트워크인 '링치(LQLink·1.6Tb/s)'로 동기화했다. 그 결과 63억 매개변수 규모의 생성형 모델 훈련 시 혼합정밀도 연산에서 최고 2.16 엑사플롭스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증명해 냈다. 다만 이는 AI 가속화 정밀도 기준 수치로, 전통적인 고성능컴퓨팅(HPC)의 척도인 FP64(64비트 부동소수점) 실측 성능과는 차이가 있다.

쿠다(CUDA) 종속 탈피의 명암과 국내 산업 착안점


CPU 중심 인프라는 엔비디아의 독점적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쿠다(CUDA)를 우회할 수 있고, 이종 가속기 간 데이터 전송 지연(Latency)이 없다는 명확한 강점을 지닌다. 대규모 과학 시뮬레이션과 생성형 AI 학습을 단일 메모리 공간에서 처리해 긴 컨텍스트 창을 다루는 RAG(검색증강생성) 환경에 유리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한계도 명확하다.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자는 "가속기(GPU) 없이 CPU 전용 초병렬 시스템을 구동하면 동일 연산 성능 대비 전력 소모가 수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중국이 제재 탈출에는 성공했으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한계와 시스템 유지에 기하급수적인 비용을 치르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한국 반도체 업계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중국이 고성능 HBM을 자체 프로세서 패키징 내부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공급망 가이드라인을 전면 뒤흔들 불씨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HBM 공정에 투입되는 첨단 후공정 장비와 유기 소재까지 통제할 명분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대미 기술 차단의 한계가 입증된 만큼, 한미 공급망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국내 메모리 업계의 이익을 방어하고 독자적인 무역 가이드라인을 요구할 수 있는 외교적 레버리지가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미 협상 레버리지 변화와 외교적 공간 확보


미국의 물리적 기술 차단이 중국의 독자 아키텍처 수립을 막지 못하면서 동맹국에 일방적 동참을 요구하던 대미 반도체 제재 명분은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통제 조치의 한계가 증명된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은 한미 기술 협상에서 무조건적인 규제 수용 대신 국내 메모리 및 후공정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논리를 전개하기가 수월해진다. 향후 미국의 추가 제재 압박에 맞서 공급망 다변화 권리를 요구하거나 독자적인 무역 가이드라인을 확보하는 등 외교적·전략적 레버리지를 한층 강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미래 시나리오별 체크포인트


이번 중국의 독자 슈퍼컴퓨터 구동이 국내 증시와 IT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파악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추적해야 할 실전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ARM의 대중국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계약 중단 사례 발생 여부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가 활용한 차세대 아키텍처의 설계 사용권을 사후 차단할지, 실제 라이선스 취소나 계약 제한 공시가 나오는지 밀착 감시해야 한다.

둘째, 美 상무부의 HBM 관련 '중국향 매출 비중 및 수출 승인 건수' 변화다. 규제가 HBM 칩 자체를 넘어 실리콘관통전극(TSV)과 첨단 패키징 공정 장비(인터포저, CoWoS 공정 장비류)로 번질 수 있어, 한미반도체나 한화세미텍 등 국내 주요 후공정 장비사들의 통제 대상 포함 여부가 핵심 지표다.

셋째, 국내 파운드리 및 반도체 기업들의 '독자 주문형 반도체(ASIC) 수주 공시와 고객 다변화율'이다. 미국 규제가 고도화될수록 엔비디아 외의 틈새 아키텍처를 찾는 글로벌 빅테크의 독자 칩 수요가 급증하므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특정 공급망에 종속되지 않고 다변화된 매출 구조를 증명하는지가 장기 생존의 척도가 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