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르츠방크 "프리미엄 없다" 독자 생존 선언… 유럽 은행 통합 최대 분수령
검찰 시장조작 수사 착수… 유로존 메가뱅크 탄생 여부 오리무중
검찰 시장조작 수사 착수… 유로존 메가뱅크 탄생 여부 오리무중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재무부 산하 금융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공개매수 제안에 현 코메르츠방크 주가 대비 적절한 프리미엄이 포함되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수용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핸델스블라트(Handelsblatt), 블룸버그(Bloomberg), 로이터(Reuters) 등 주요 외신이 16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독일 정부가 코메르츠방크 지분(약 12%)을 관리하는 금융청을 통해 조정위원회 명의로 "유니크레디트의 공격적인 행보를 거부한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약 350억 유로(약 61조 5321억 원) 규모의 이번 인수전은 단순한 기업 간 협상을 넘어 유럽 은행 통합의 정치적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부상했다.
'독립 경영' 대 '유럽 메가뱅크'… 19개월 공방의 정점
유니크레디트가 코메르츠방크 지분 매집에 나선 것은 재작년 9월이다. 당시 독일 연방정부가 보유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 입찰에서 유니크레디트는 9%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 민간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 올해 3월에는 직접 보유 약 26%에 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 계약분 4%를 더해 실질 지분이 약 30%에 이르렀다.
유니크레디트는 올해 5월 초 공식 주식교환 공개매수를 제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코메르츠방크 주식 1주당 유니크레디트 주식 0.485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공개매수 총가치는 약 350억 유로(약 61조 5321억 원)에 이른다.
유니크레디트 최고경영자(CEO) 안드레아 오르첼(Andrea Orcel)은 이번 인수를 통해 범유럽 메가뱅크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공개매수 기간 만료 하루 전인 16일, 유니크레디트는 의결권 기준 30% 한계선을 넘어섰다고 밝히며 감사위원회 주주 대표 전원 교체 권한을 주장했다.
그러나 코메르츠방크 CEO 베티나 오를로프(Bettina Orlopp)는 이에 강하게 맞섰다. 오를로프 CEO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주주와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이라며 "유니크레디트가 제시한 교환비율에는 주주들을 위한 프리미엄이 실질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메르츠방크 이사회는 유니크레디트가 "가치 창출을 위한 합병의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전략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주주들에게 공개매수에 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검찰 수사까지 번진 인수전… 쟁점은 '텐더 주식'의 실체
공방은 법적 영역으로 확대됐다. 프랑크푸르트 검찰청은 이번 공개매수와 관련해 "시장조작 가능성"에 대한 예비수사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코메르츠방크 노동자 측이 제출한 형사 고발에 따른 것으로, 코메르츠방크 이사회는 응모된 주식 상당 부분이 유니크레디트와 연계된 기관에서 빌려온 주식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독일 금융감독청(BaFin)에도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유니크레디트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유니크레디트는 "응모 주식과 관련해 자사 보유 코메르츠방크 주식을 대여한 사실이 없으며, 응모된 주식은 취소 불가능하게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코메르츠방크 경영진이 "허위 서사를 만들어내려는 의도"로 오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BaFin에 역(逆)조사를 요청했다.
독일 정부 조정위원회는 코메르츠방크가 독일 중소기업(미텔슈탄트·Mittelstand) 자금 조달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거부 근거로 명시했다. 조정위원회는 성명에서 "코메르츠방크는 독일 경제와 중소기업 금융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금융허브 프랑크푸르트의 핵심 고용 주체"라며 "이를 미래에도 계속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 벽 넘었어도 실질 지배권은 미지수… 추가 수락 창구 남아
유니크레디트의 공개매수 기간은 17일 자정(한국시각 17일 오전 9시)에 종료됐으며, 오는 20일부터 15일간 추가 수락 창구가 열린다. 30% 한계선을 넘겼다 해도 실질적 지배권 확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독일 정부가 약 12% 지분을 보유한 채 감사위원회 내 발언권을 유지하는 한, 코메르츠방크 경영 전략에 대한 거부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은 유로존 은행 통합이 각국의 정치적 저항을 넘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니크레디트가 30% 벽을 돌파해도 독일 정부·경영진·노조의 삼각 저항 구도를 뚫어야 하는 구조는 여전하다.
독일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메르츠방크에 180억 유로를 투입한 뒤 지금까지 지분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베를린의 거부 의지는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닌 장기적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양 측이 BaFin과 검찰까지 동원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럽 최대 은행 간 인수전의 향방은 추가 수락 창구 마감 이후에도 한동안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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