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무역적자 127조원 역대 최대…산업가속화법·반강압수단 총동원
희토류·배터리·전장부품 공급망 지각변동…韓 기업 수혜·리스크 동시 점검
희토류·배터리·전장부품 공급망 지각변동…韓 기업 수혜·리스크 동시 점검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는 최근 앤드루 스몰 ECFR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이 작성한 '군집 전술 유럽의 방식으로 중국과 시스템 경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유럽연합(EU)이 기존의 개별 대응 방식을 버리고 투명성·공정 경쟁·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한 단일 시장접근 6개 조건, 이른바 '6가지 거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 탈산업화 경고등
보고서가 경보를 울린 배경에는 수치가 있다. 유럽연합 통계청(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EU의 對中 상품 무역적자는 980억 유로(약 171조4882억 원)로 2022년 3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산 수입은 1450억 유로(약 255조4430억 원)에 달한 반면 EU의 對中 수출은 470억 유로(약 82조2189억원)에 그쳤다.
프랑스 국가계획청은 프랑스 수출의 4분의 1, 독일 수출의 3분의 1, 독일 내수 생산의 3분의 2가 중국 경쟁업체의 직접 위협 아래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은 독일 제조업 일자리의 절반이 위태롭고, EU 전체로는 날마다 5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제조업의 약 30%를 담당하며 2030년에는 45%까지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희토류 가공, 영구자석,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드론, 핵심 의약품 원료 등에서 이미 독점 또는 준독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2025년 중반 이후 러시아에 드론과 전자전 장비 분야 군사산업 협력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재무장에 쓰려는 핵심 소재를 중국이 장악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는 것은 유럽 안보를 이중으로 조이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6가지 거부' 조건과 군집 전술
ECFR가 제안한 '6가지 거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중 기준 금지(역내 기업이 받지 못하는 시장접근 혜택 불허) △불공정 경쟁 금지(국가보조금이나 기준 회피를 통한 역내 진입 불허) △독점 금지(전략 공급망을 단일 외국 공급자가 장악하는 구조 차단) △뒷문 금지(역내 네트워크에 연결되거나 원격 업데이트가 가능한 제품의 보안 기준 검증 의무화) △불투명성 금지(전략 산업 진출 기업의 소유 구조·자금 출처·국가 연계 공시) △위협 조력 금지(유럽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강압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시장·공급망·금융 접근 차단)이다.
보고서는 이 조건들을 단번에 새로운 대형 관세로 밀어붙이기보다 기존 수단을 동시다발로 가동하는 '군집' 전술로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몰 국장은 단일 고강도 조치는 베이징에 명확한 보복 대상을 제공하지만, 50개의 소규모 조치를 동시에 쏟아내면 중국이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U 전기차 관세가 중국의 집중 로비에 부딪혔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2026년 3월 공개된 산업가속화법(IAA) 초안은 공공조달 참여 요건에 '유럽산' 기준을 최초로 명문화하고, 보조금 조건과 외국인 직접투자 심사 기준을 통합 규정했다.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반강압수단(ACI) 또한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ACI는 관세 부과, 공공조달 제한, 지식재산권 보호 철회 등 광범위한 대응 조치를 한 법적 근거 아래 묶어 패키지로 확대·축소·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회원국 간 균열도 뚜렷하다. 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이탈리아·리투아니아는 더 강력한 무역 방어 수단과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동서한을 집행위원회에 보냈다.
반면 독일은 서명을 거부하고 중국과 산업 협력 강화를 주장했으며, 스칸디나비아 일부 국가도 독일 편에 섰다.
보복 리스크와 협상 공간
베이징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 보고서는 중국 역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성장 둔화, 내수 부진, 재정 압박,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 시장 침체를 동시에 겪고 있다.
145% 전방위 관세를 부과한 미국의 경우와 달리, EU가 분산된 소규모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이 전면 보복에 나설 명분과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논리다.
오히려 보고서는 중국의 강압 행위가 ACI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 순간 EU가 더 강력하고 유연한 도구 묶음을 합법적으로 꺼낼 수 있다고 봤다. 즉, 베이징이 강하게 나올수록 EU의 반격 수단은 되레 강화되는 구조다.
스몰 국장은 "대규모 강압은 유럽이 중국 없이는 마련할 수 없었던 수단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국에게 함정이 된다"고 서술했다.
보고서는 EU-영국 공조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일부 분야에서 EU보다 중국 과잉생산과 보조금 문제에 느슨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EU가 수위를 높일수록 유럽 기업들이 영국 시장에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상호주의·투명성·다변화·보안 기준을 공유하는 파트너국에 IAA 지원 자격, 조달 우선권, 기술협력 적격성 등을 차등 부여하는 'EU판 적합성 인정 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오는 9월까지 새로운 경제안보 수단을 내놓기로 한 상태다. ECFR 보고서가 제안한 6개 조건과 군집 전술이 이 수단 패키지의 밑그림이 될지 주목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