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자이 안보 수장 등극…갈리바프 협상파 영향력 약화
불가리아·키프로스 미군 관련 시설 잠재 표적 검토
FT “정권 내부서 전쟁 재개를 시점 문제로 인식”
불가리아·키프로스 미군 관련 시설 잠재 표적 검토
FT “정권 내부서 전쟁 재개를 시점 문제로 인식”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이란 정권 내부에서 강경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향후 전쟁이 재개될 경우 공격 범위를 중동에서 유럽까지 확대하는 시나리오가 검토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정권과 가까운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이란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확대할 경우 유럽 내 미군 관련 자산을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이 같은 움직임은 테헤란에서 강경 기류가 확산하는 상황을 반영한다”며 “정권 내부의 상당수가 전쟁 재개를 ‘일어날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 강경파 레자이 전면에…협상파 입지 약화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지낸 강경파 모흐센 레자이를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FT는 이란 내부 분석가들이 레자이의 부상을 대미 협상단을 이끌어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같은 협상파의 영향력이 당분간 약화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 내부 강경파들은 미국이 어떤 합의도 제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없으며 최종 합의를 지키게 만들려면 미국에 더 큰 비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FT가 인용한 이란 정권 관계자는 현재의 메시지를 갈리바프와 합의하지 못하면 레자이를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후 상호 공격이 재개됐고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도 다시 시행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포괄적 협상을 재개하려는 수주간의 외교적 노력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이란과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대화나 회담이 없다고 밝혔다.
◇ 불가리아·키프로스까지 잠재 표적
이란이 검토한 확전 시나리오에는 남동유럽의 미군 관련 시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FT에 따르면 이란군은 불가리아의 미군 자산을 공격하는 방안을 평가했다. 불가리아는 지난달 미군 공중급유기가 베즈메르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영국군 기지가 있는 키프로스도 잠재적인 보복 대상으로 거론됐다. 키프로스의 영국 아크로티리 공군기지는 지난 3월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란군은 미국이 추가 공격에 나설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공격하는 방안도 별도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지난달 미군이 영국 군사기지를 이용하는 문제를 놓고 이란 영토 공격에 사용되는 모든 기지를 공격 대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가 인용한 정권 관계자들은 실제 보복 수위는 미국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언급했던 이란 교량이나 발전소 등 기반시설 공격을 실행하면 이란도 전선을 중동 밖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장거리 타격 능력엔 한계 지적
이란은 이미 중동 밖의 장거리 표적을 겨냥한 공격을 시도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뒤 이란은 약 4000㎞ 떨어진 인도양의 미국·영국 공동 군사기지 디에고 가르시아를 향해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목표물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튀르키예는 지난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공망이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이란이 요르단의 미군 기지를 공격해 미군 3명이 숨진 사건은 이란이 지금까지 감행한 장거리 공격 가운데 가장 정밀한 사례로 평가됐다.
다만 이란이 유럽까지 실제로 상당한 피해를 줄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시다르트 카우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이란의 유럽 등 장거리 표적에 대한 미사일 위협이 실재하지만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샤하브 계열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남유럽과 남동유럽의 미군 자산을 겨냥할 수 있지만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타격력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글러스 배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도 디에고 가르시아 공격 시도가 이란이 사거리 2000㎞ 이상의 무기를 보유했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실제 보유량과 정확성에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우샬 연구원은 이란이 직접 장거리 공격을 확대하기보다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대리세력을 활용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이란 정권 내부에서도 강경 노선이 지나치게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협상 교착과 강경파의 권력 확대가 맞물리면서 이란의 대응 범위를 중동 밖으로 넓히는 방안이 실제 군사적 선택지로 검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