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 패권 격돌하는 동남아…미중 진영 선택 압박에 중립 흔들

글로벌이코노믹

AI 패권 격돌하는 동남아…미중 진영 선택 압박에 중립 흔들

중국, 29개국 묶은 WAICO 앞세워 오픈소스 독점 혜택 제공
미국, 24개국 팍스 실리카 가동하며 중국 기술 배제망 구축
동남아, 이중 기술 생태계 분열 위험…한국 반도체·IT 셈법 복잡
미국과 중국이 2026년 8월 동남아시아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자국 중심 블록 가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이 2026년 8월 동남아시아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자국 중심 블록 가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중국이 20268월 동남아시아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자국 중심 블록 가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1(현지시각) 양대 강대국의 세력 확장 탓에 동남아시아의 오랜 중립 외교 노선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갈등이 반도체 수출 통제에서 AI 거버넌스와 플랫폼 표준 대결로 넓어지면서 동남아 인프라와 공급망을 활용하는 한국 산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29개국 포섭 전략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베이징은 20267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공식 출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행사에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중국 정부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을 상대로 사전 유치 활동을 벌였다. 창립 회원국으로 들어오면 독점 혜택을 주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서방의 배타적 연합과 달리 개도국을 포용하는 틀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 결과 WAICO29개 창립 회원국을 모았다. 동남아에서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5개국이 합류했다. 비용 부담이 적고 접근하기 편한 오픈소스 기술을 제공한다는 점이 개도국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미국의 24개국 배제망 가동


미국은 핵심 기술망에서 중국을 떼어내는 고립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워싱턴은 202512월 일본 주미 대사 야마다 시게오와 경제담당 국무차관 제이콥 헬버그가 '팍스 실리카(Pax Silica)' 선언에 서명하며 동맹 체제를 다졌다.

팍스 실리카는 중국을 뺀 반도체와 AI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연합체다. 현재 회원국은 24개국이다. 동남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필리핀 2개국만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정부는 아세안 국가들의 WAICO 참여 움직임에 조용히 경계 신호를 보냈다.

로이터는 워싱턴이 12개 우방국에 진영 선택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주도 기구에 가담하면 팍스 실리카 공급망에서 뺄 수 있다는 경고를 전달할 계획이다.

동남아 이중 구조와 한국의 셈법


강대국들의 세력 대결은 아세안의 외교 셈법을 흔들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의 딜런 로 교수는 강대국들의 양자택일 요구가 한층 노골화됐다고 진단했다.

양측 모두와 손잡는 헤징 노선이 무너지면 지역 내 기술 생태계가 둘로 쪼개지는 파편화 위험이 커진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진영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에 반대하며 각국이 협력 상대를 정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팍스 실리카 공급망에 발을 맞추고 있으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후공정 테스트 및 패키징 기지가 동남아 지역에 폭넓게 포진해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핵심 거점이 중국계 오픈소스 인프라와 서방계 공급망으로 양분될 경우 기술 규격 호환과 수출 통제 준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생산 거점별 공급망 다변화와 이원화 체제를 선제 점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