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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주가 폭락 악몽'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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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주가 폭락 악몽' 재현되나?

[글로벌이코노믹=김승섭기자]최근 경기흐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년간 나타난 경기 수축기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달 초 1900선을 웃돌던 코스피지수는 한때 1790선까지 떨어지는 등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9일 1850선에서 장을 마감했지만 이는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을 뿐, 유럽의 금융위기에 대한 근본처방이 지연될 경우 타격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한 98.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월 103.1이던 동행지수가 2009년 2월에는 95.2가지 떨어졌고, 현재의 동행지수는 이에 근접해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주요국의 경기 둔화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 경기흐름은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6개월 이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9.4를 기록했다.

유로존 위기해결이 지연될수록 우리경제가 받는 충격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로존 각국 정상들이 EU정상회의에서 정부를 거치지 않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국 은행들에 직접 자본확충을 지원하는데 합의하면서 급한불은 끈상태지만 근본처방으로는 볼 수 없어 리스크는 잔존해 있다.

은행직접 지원은 효율적인 단일 감독 메커니즘이 마련된 후에나 이뤄질 예정이며 구제금융이 지원된다해도 지금도 어려운 은행들이 이를 상환할 능력이 있을 지 의문이다.

▲MB정부 성장률 역대 최저

이명박 정부는 출범당시 ‘성장’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7%성장이 가능한 경제’를 모토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이른바 ‘전봇대 뽑기’로 이름 붙여진 규제완화책을 써가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28일 발표한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정부가 전망한 대로 올해 성장률이 3.3%로 떨어질 경우 현 정부 집권 5년간 평균 성장률은 3.2%를 기록, 정부수립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경제의 연도별 성장률은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봤던 2010년을 빼곤 줄 곧 4%를 넘지 못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4%이하 성장률을 기록한 현상은 이 정부에서 처음(2008~2009년)나타났고,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3%성장을 기록하면서 반복하게 됐다.

현 정부의 성장률을 끌어내린 직접원인은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 번진 글로벌 경제위기.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유럽재정 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경제회복이 늦어져 올해 성장 전망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금과 공공투자를 늘리고 안 쓰고 남는 불용 예산을 줄여 공공지출을 8조 5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의 0.5%에 해당하는 금액.

정부는 또 올해 7000~8000억원 가량 집행될 설비투자펀드(총 3조원 목표)를 만들기로 했다.

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 2조원을 PF처리 뱅크인 유암코가 인수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줄잡아 11조원 안팎의 실탄을 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구성했던 29조원의 수퍼 추경예산에 비하면 안심할 수 없는 액수다.


▲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코스피 지수가 1000선을 방어하지 못하고 938.75로 폭락한채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경제위기 속 선방할까

현재 1850선을 유지하며 1900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코스피지수가 이 같은 경기불황속에서 선방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증시전망에 대해 유럽발 위기가 해결되면 최저 1750에서 최대 2200선까지도 급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EU정상회의에서 이렇다 할 해법이 도출되지 않고 유럽발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태평양 건너에서의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이 되어 돌아오는 ‘버터플라이엑트(butterflyact)’ 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있다.

실제, 2007년 10월 206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이듬해 리먼사태가 터지면서 딱 1년만에 938선으로 추락하며 반토막 났다.

2007년 10월 당시 사상 최고기록을 연일 다시 쓰면서 최고의 호황기를 구가하던 코스피지수는 11월 8일부터 폭락을 예고하는 이상징후가 나타나더니 1900선으로 주저앉았다가 같은달 21일에는 1872.24에서 1806.99로 60포인트 이상 크게 떨어지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2008년 8월에는 1400선까지 내려앉았고, 그해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다시 2000선을 회복하기 까지는 37개월(2010년 12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재 우리 증시 상황도 몇일 전까지 1900선을 줄타기 하다 수일만에 1790선까지 내려앉았고, 2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83포인트(1.91%) 오른 1854.01로 장을 마쳤지만 시장불안 요인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박윤영 연구원은 이날 “하반기 주식시장은 상반기의 시장 주요 변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고 위험에 대한 내성이 커지면서 제한된 등락을 보이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면서도 “유럽의 재정위기 및 각국의 경기둔화, 국내 기업이익의 정체가 지속되면 지수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동양증권 조병현 연구원도 “하반기 증시 역시 유럽 이슈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재정 적자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경우, 2013년부터 자동적으로 재정이 감축되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소위 ‘재정 절벽(Fiscal Cliff)’이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