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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 산책] 아지랑이에 타오르는 주꾸미철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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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 산책] 아지랑이에 타오르는 주꾸미철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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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1)겨울내 유난히도 심했던 강추위는 봄의 전령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제 한낮에는 더위를 느낄 정도로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지난주에는 친구들과 등산을 가기 위해 주말임에도 아침 일찍 2)기지개를 펴며 일어났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친구들은 형형색색의 등산복 차림으로 어린 시절 소풍이라도 가는 듯 왁자지껄 시끄럽습니다. 야산을 오르던 중 길 위로는 3)아지랭이가 피어올랐습니다. 가만히 옆을 보니 막 피어오르려는 4)꽃봉우리도 맺혀 있고요. 산 중간쯤 올랐을 때 한 친구가 헛발을 5)내딛어 넘어졌습니다.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6)산봉오리에 오르니 저 멀리 7)구비구비 흐르는 강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차림표에는 여러 종류의 먹거리가 있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중 제철음식인 8)쭈꾸미철판구이를 먹기로 했습니다.”

위 문장 가운데 8개의 단어에 밑줄을 쳤습니다. 이들은 맞춤법에 어긋난 말들입니다. 올바른 말은 무엇일까요?

“……………….”

몇 개를 맞히셨어요?

자, 그러면 이들이 왜 잘못 쓰였는지 하나하나 알아보겠습니다.

1) 겨울내가 아닌 겨우내가 맞습니다.

‘온 겨울 동안 죽이나, 온 가을 동안 죽’을 각각 3음절로 뭐라고 할까요? ‘겨우내’ ‘가으내’가 맞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겨우내’를 ‘겨울내’로, ‘가으내’를 ‘가을내’라고 말합니다. ‘한겨울 동안 계속해서’란 의미의 바른 말은 ‘겨우내’, ‘한가을 내내’의 뜻을 이르는 말은 ‘가으내’가 맞습니다.

‘겨우내’는 ‘겨울’에 접미사 ‘-내’가, ‘가으내’는 ‘가을’에 접미사 ‘내’가 붙어 이루어진 파생어입니다. 즉 ‘겨울’ ‘가을’에서 ‘ㄹ’받침이 탈락하여 ‘겨우내’‘가으내’가 된 것이죠. 여기에서 ‘-내’는 기간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 붙어 그 기간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나타내는 부사를 만드는 접사입니다.

이는 한글맞춤법 제28항의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 나는 대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한편 ‘-내’는 ‘겨우내/가으내' 외에 ‘ 일년내/봄내/여름내’와 같이 쓰이기도 합니다.

“일년내 공부한 보람도 없이 시험을 망쳤다.” “할아버지는 봄내 텃밭을 일구며 소일을 하신다.”“여름내 가뭄이 계속되어 농작물 피해가 크다.” “농부들은 가으내 추수하느라 바쁘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봄이 되면서 녹기 시작했다.”가 그 예문입니다.


2)기지개를 펴고가 아니라 기지개를 켜고가 맞습니다.


피곤할 때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것을 ‘기지개를 켜다’보다 ‘기지개를 펴다’를 많이 씁니다. 새국어사전에 ‘기지개를 켠다’와 ‘기지개를 편다’를 함께 올려 놓아 언중을 더 헷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것 자체가 ‘켜다’이므로 ‘기지개를 펴다’라고 하면 ‘펴다’가 중복되는 꼴입니다. ‘기지개’에는 ‘켜다’를 붙여 ‘기지개를 켜다’로 해야 맞습니다.

최근에는 불경기에서 소비와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 경제가 회복기로 들어갈 때도 ‘기지개를 편다’라고 하는 등 신문 제목에서도 틀린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업무 시간에 가끔 기지개를 켜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피로가 풀린다.” “ ‘최근 경기가 기지개를 켜다’라고 하는 것은 경제가 회복기로 들어갔음을 뜻한다.”처럼 쓰입니다.


3)아지랭이도 아지랑이가 맞습니다.


요즘 들에 나가면 훨훨 날아오르는 아지랑이를 볼 수 있습니다. 아지랑이는 봄이나 여름철에 강한 햇살을 쬔 지면으로부터 마치 투명한 불꽃처럼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공기, 또는 그러한 현상을 말합니다.

일부 언중이 ‘아지랑이’를 비표준어인 ‘아지랭이’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표준어규정 제9항 ‘붙임1’은 “다음 단어는 ‘ㅣ 모음 역행동화’(어떤 음운이 뒤에 오는 음운의 영향을 받아서 그와 비슷하거나 또는 그와 같게 소리가 나는 것)가 일어나지 아니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하면서 ‘아지랑이’를 예로 들었습니다.

‘아기?아비?창피하다’를 ‘애기?애비?챙피하다’로 적지 않는 것도 ‘ㅣ 모음 역행동화’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표준어로 삼는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4)꽃봉우리는 꽃봉오리가, 6)산봉오리는 산봉우리가 맞습니다.


봉오리는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인 ‘꽃봉오리’의 준말입니다. “젊은 사람이 봉오리가 피기도 전에 큰일을 당해 참 안됐다.”처럼 ‘봉오리’는 앞날이 기대되는 희망찬 젊은 세대를 비유하여 이르기도 하죠.

“날씨가 풀리자 봉오리가 맺혔다.”처럼 쓰입니다.

그러나 봉우리는 산의 가장 높이 솟은 부분, 즉 산꼭대기의 뾰족한 머리를 뜻하는 ‘산봉우리’의 준말입니다.

“산봉우리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했다.” “등산은 봉우리가 아닌 능선으로 하는 것이 좋다.”가 그 예문입니다.


5)내딛어는 내디뎌가 맞습니다.

‘내딛다’는 ‘내디디다’의 준말로서 ‘내딛고/내딛네/내딛습니다/내딛니’로 변형됩니다. ‘내딛어/내딛으면/내딛음/내딛은’이라고 쓰면 틀립니다. 이는 ‘내디뎌/내디디면/내디딤/내디딘’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죠.

“징검다리를 건너다 발을 잘못 내디뎌 물에 빠졌다.”처럼 쓰입니다.


7)구비구비는 굽이굽이가 맞습니다.

‘굽이’는 산길이나 강물 등이 휘어서 구부러진 곳, 또는 휘어서 구부러진 곳을 세는 단위입니다. 그런데 이를 소리나는 대로인 ‘구비’가 맞는 말인 줄 알고 쓰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한글맞춤법 제19항에는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 명사로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굽이’는 ‘굽다’에서 온 말입니다. ‘굽다’의 어간 ‘굽’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가 붙어 명사 ‘굽이’가 된 것이죠.
“강물이 산을 따라 굽이굽이 흐른다.”처럼 쓰입니다.

8)쭈꾸미철판구이는 주꾸미철판구이가 맞습니다.


문어과의 연체동물로 모양이 낙지와 비슷하나 몸이 더 짧고 둥근 것은 쭈꾸미가 아니라 주꾸미가 맞습니다.

주꾸미는 철분, 타우린, 칼륨이 풍부해 빈혈과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고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원기회복, 스트레스 완화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봄철에 많이 찾는 음식입니다.

이와 같이 잘못 쓰이고 있는 말에는 쪽집게과외 할 때 쪽집게를 볼 수 있습니다. 이도 족집게과외라고 해야 맞습니다.

‘족집게’는 주로 잔털이나 가시 따위를 뽑는 데 쓰는 쇠로 만든 자그마한 집게를 일컫습니다. 요사이 와서는 일의 속내나 비밀을 귀신같이 잘 알아맞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로 더 많이 쓰입니다. 잔털이나 가시를 뽑으려면 정확하게 집어내지 않으면 뽑히지가 않거든요.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족집게로 뽑았다.” “그 점쟁이는 장안에서 유명한 족집게도사로 소문이 자자해.” 등으로 쓰입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